3화 : 전국체전 계주, 그 0.1초의 잔인함
내 입안에서는 늘 쇠 맛이 났다.
육상을 하던 시절, 트랙을 돌 때마다
폐포가 찢어지는 듯한 통증과 함께
혀 밑에서 비릿한 피 냄새가 올라왔다.
그건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이자,
내가 극한까지 나를 몰아붙이고 있다는 신호였다.
나는 초등부 계주 선수였다. 마지막 주자였다 :)
결승선까지 배달해야 하는 운명.
그날은 전국체전이었다.
모든 운동선수들이 꿈꾸는 무대.
총성이 울리고, 우리는 달렸다.
심장이 갈비뼈를 부수고 튀어나올 것 같았다.
바통은 매끄러웠고,
내 손은 땀으로 축축했다. 마지막 스퍼트.
시야가 하얗게 점멸하는 순간,
나는 결승선을 통과했다.
결과는 4등이었다.
0.1초 차이였던가, 아니면 한 발자국 차이였던가.
1등, 2등, 3등은 단상 위로 올라갔다.
환호, 꽃다발, 그리고 목에 걸리는 묵직한 메달.
하지만 4등인 나는 단상 바로 아래,
시멘트 바닥에 서 있었다.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순위.
'아깝다'는 위로조차 비참하게 들리는,
승부의 세계에서 가장 잔인한 숫자.
그때 나는 배웠다. 세상은 과정의 흘린 땀보다,
결과가 증명하는 메달의 색깔을 더 사랑한다는 것을.
그리고 단상 아래서 올려다본 그들의 영광이 얼마나 시리고 아픈지를.
지금 나는 트랙이 아닌 원고지 위를 달린다.
하지만 여전히 내 입안에서는 쇠 맛이 난다.
결핍이라는 바통, 번아웃이라는 바통,
그리고 가장이라는 바통.
사람들은 묻는다.
메달도 없는 4등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하지만 나는 기억한다.
단상에 오르지 못했다고 해서,
내가 흘린 땀이 가짜는 아니었다는 것을.
4등은 패배자가 아니라,
'다음 경기를 가장 독하게 준비하는 사람'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나는 여전히 4등의 자리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계주는 마지막 주자가 결승선을 통과할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나는 오늘도 신발 끈을 조인다.
이번에는 0.1초 차이로 울지 않겠다.
반드시 저 높은 단상 위로 올라가,
내 목에 스스로 메달을 걸어줄 것이다.
내 소설이라는 바통을 들고,
저기 보이는 결승선을 향해.
나는, 간다.
p.s / 반반한 마을 개정판은 책 출간을 위해 글을 내렸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