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 강의실
대학을 그만두던 날을 기억한다.
어떤 거창한 반항심이나
시대에 대한 저항 따위가 아니었다.
단지 그곳의 공기가 내 폐와 맞지 않았을 뿐이다.
정해진 커리큘럼, 학점이라는 성적표, 그리고 규격화된 미래. 그 네모반듯한 강의실에 앉아 있으면, 나는 자꾸만 질식할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다.
나는 교문을 걸어 나왔다.
손에 쥔 것은 졸업장이 아니라, 날선 불안이었다.
소속이 사라졌다는 것은 자유인 동시에, 아무도 나를 보호해 주지 않는다는 선언과도 같았다. 그 막막한 허허벌판에서 나의 첫 번째 교수는 사람이 아니었다.
서점 구석, 누군가의 손때가 묻은 책.
그의 소설을 펼쳤을 때, 나는 활자가 사람의 멱살을 잡고 끌고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페이지가 넘어가는 소리가 심장 박동보다 빨랐다.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았던 '흡입력'이라는 마약.
나는 그제야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렴풋이 깨달았다. 사람을 홀리는 것. 활자 몇 개로 타인의 시간을 훔치는 일.
그 길로 나는 고전이라는 숲으로 들어갔다.
특히 디스토피아의 세계는 나를 매료시켰다.
조지 오웰의 감시카메라,
올더스 헉슬리의 통제된 낙원.
그 암울하고 축축한 세계관 속에서 나는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통제된 시스템에 저항하는 개인의 서사는,
대학이라는 시스템을 튕겨 나온 나의 모습과 묘하게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나는 독자가 아닌 해부학자가 되기로 했다.
문장을 뜯어보았다.
왜 이 문단에서 숨이 가빠지는지,
왜 이 대사에서 소름이 돋는지.
스승이 없었기에 나는 모든 문장을
스승으로 모셔야 했다.
맨땅에 헤딩이 아니었다. 맨땅을 파서 그 아래 흐르는 지하수를 찾는 과정이었다.
누군가는 묻는다.
제대로 배우지도 않고 어떻게 글을 쓰냐고.
나는 반문한다. 글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앓는 것이라고.
강의실의 이론 대신,
내 몸에 새겨진 감각들이 나의 교재다.
나는 대학 중퇴자다.
학위도 없고, 동문회에 나갈 일도 없다.
하지만 내게는 내가 지은 세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