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빚
"돈 없다."
짧은 답장이 도착했다.
나는 휴대폰 액정 위로 떠오른 그 문장을 해독하듯 오래 들여다보았다.화내지 않아서, 차라리 욕이라도 퍼붓지 않아서 더 아팠다.
거절이라기보다, 자식의 구조 요청에 밧줄을 던져줄 수 없는 선장의 비통한 무전 같았다. 사실 알고 있었다.
아버지의 지갑이, 당신의 늙어가는 육체만큼이나 얇아져 있다는 것을.
그럼에도 나는 물가에 내놓은 어린애처럼 떼를 썼다.
신용회복이라는 족쇄, 위태로운 집안,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 싶다는 명분을 앞세워 아버지의 마지막 남은 살점을 요구했다.
실로잔인한 일이다.
다 자란 아들이 늙은 아비에게 "나 좀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르는 것만큼 잔인한 서사가 또 있을까.
그래서 이 밤, 나는 잠들 수가 없다.
손목을 본다.
아버지가 사주신 시계, 초침이 부지런히 돈다.
흰색 다이얼 위를 미끄러지는 저 초침 소리가 오늘따라 유독 크게 들린다. 그때는 당신에게 여유가 있어서 사주신 게 아니었을 것이다. 당신도 불안했을 테지만, 글을 쓰는 아들의 시간만큼은 멈추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무리해서 채워주신 것이겠지.
그 묵직한 무게가 오늘 밤엔
수갑처럼 손목을 조여온다.
교감신경이 제멋대로 날뛴다.
심장은 주인의 죄책감을 아는지 모르는지 뜀박질을 하고, 나는 어둠 속에 누워 천장의 무늬를 세고 있다.
"마음이 아프다"는 아버지의 말은,
"줄 수 없어 미안하다"는 뜻이 아니라,
"이제는 네가 너를 구원해야 한다"는 선언처럼 들린다.
더 이상 기댈 곳이 없다.
벼랑 끝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발 디딜 곳이 사라지니 날아오르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다시 노트북을 연다.
내가 가진 것이라곤 이 깜빡이는 커서와,
머릿속을 맴도는 이야기들뿐이다.
나를 가장 독하게 만든다.
이 패배감을, 이 구질구질한 냄새를,
나는 기어이 문장으로 바꿔낼 것이다.
누군가에게 구걸하는 손이 아니라,
세상을 베어내는 펜을 쥔 손으로.
나는 미생이니까
나는 글쟁이니까
나는 돛단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