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향사

30화 : 번아웃

by 현영강

“야, 정화야.”


지금 내 이름을 부르는 인간의 존함은 김영일. 아침부터 또 무슨 급한 용무가 있어 나를 부르실까.


“네.”


“저번에 말한 녀석, 정말 안 만나 볼 거야?”


급한 용무는 맞네.


“말씀드렸잖아요. 생각 없다고.”


“시집 안 가게? 그러다가 더 늦으면 답 없다, 너.”


“축의금 1억 내시면 갈게요.”


“아이― 그놈의 1억. 1억을 어떻게 내. 내가 지금 처자식이랑 살고 있는 아파트도 월세로 돌렸어요. 애엄마는 또, 하나 있는 아들놈 영어 유치원 보내야 한다고 극성이야. 내가 기자 생활하면서 모은 돈, 어? 뒷돈, 어???”


왜 사람들은 자기네 불행을 남에게 옮기지 못해 안달인 걸까. 자기만 누리기엔 억울해서? 아니지, 애초에 억울할 일을 벌이지 말았어야지. 아냐, 아냐. 그럴 지능이 없는 걸 어쩌겠어. 그만하자.


「눈을 돌려 아래의 개미들을 바라봤다.

모자 쓴 개미, 까만 개미,

안경 쓴 개미, 흰색 개미.」


다들 참 부단히도 걷고 있었다. 저들은 정녕 모르는 걸까. 걸어 봐야 도착지는 정해져 있고, 선선한 가로수 아래서 기타나 튕기는 베짱이 놈들이 끝내 승자라는 것을. 무슨 신선이나 된다는 양 떠드는 게 누군가에겐 고까울까 봐, 나는 늘 말을 아낀다. 우울증 걸린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정중히 사양하겠다.


우울증이 뭔데? 너도 앓고, 나도 앓고, 심지어는 척척박사인 정신과 의사도 앓는 게 우울증이야. 그럼, 그건 이미 병의 영역이 아닌 거잖아?


「진심으로 따분하다.

요즘 애들 말로, ‘도파민’ 넘치는 무언가가

나를 덮쳤으면 좋겠다.」


“사색 다 했냐?”


다정한 영일 씨. 나는 퀭한 눈으로 의자를 돌리며 대답했다.


“사색이랄 게 있나요. 그냥 보는 거지.”


“일감 줘?”


“안 할래요.”


“월급 주지 마?”


“아니요.”


“먼젓번 일 때문에 그런 거면 내가 무릎……”


“늦었어요.”


“그렇구나.”


“일감 줄까?”


“뭔데요?”


국장이 모니터를 가리켰다.


“뭐, 폭탄이라도 왔어요?”




폭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