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생엔 '거미'로 태어날래요
내일은 더 행복한 엄마가 될래요
나의 이상형은 예로부터 두 라인으로 나뉜다. 바로, 현빈(님) 라인과 조정석(님) 라인.
본인이 남자답고 분위기가 있다면 현빈 라인. 남자답고 위트가 있다면 조정석 라인에 서길 바란다. 혹시나 이도 저도 아닌 사람이라면 여집합 라인에 조용히 웅크리고 있자.
솔직히 이십 대까지는 현빈 라인에 조금 더 매력을 느꼈다. 앞서 강조했듯, 반대가 끌렸던 것이 사실이었기에 무게감 있고 남자다운 사람들에게 더욱 호감을 느꼈던 것이다. 그렇게 현빈 라인의 신랑을 만났고, 지금은 못내 아쉬운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내 신랑은 테리우스과라서 매일 조용히 폼만 잡고 있다. 위트감이 없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말주변이 이 정도로 없을 줄이야.
그렇게 결혼을 하고 나서 비로소 나는 깨달았다. 조정석 라인과 결혼을 했어야 했음을. 솔직히 결혼은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해야 더 즐겁게 사는 것 같다. 거기다가 대화가 잘 통하고 유머코드가 잘 맞는다면 금상첨화.
나는 웃음이 헤픈 아가씨라서 한때 별명이 '방청객'이었다. 그만큼 리액션이 좋기 때문에 상대방의 대화에 맞장구를 매우 잘 치는 편이다.
그런 내가 말없는 남자를 만났으니, 결혼 전에는 나 자신을 몰라도 한참 몰랐던 것이다.
'아... 같이 떠들고 싶다.ㅋㅋ'
마눌님의 애꿎은 내적 불만은 결국 연예인에게로 향했고, 그렇게 어느 날부턴가 나는 '조정석'씨의 팬이 되어있었다. 처음 좋아했던 건 '오나귀'에서 박보영과 호흡을 맞췄을 때 무심한 듯 시크한 나쁜 남자의 연기에 매력을 느꼈고, 결정적으로 좋아하게 되었던 건 '슬의생'에서 인간미 있고 위트 있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나는 신랑이 버젓이 옆에 누워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정석 님의 프로그램을 보면서 눈에서 하트가 뿅뿅. 리액션이 뿜뿜. 마구 낄낄거리며 좋아했고, 신랑 역시 여자 아이돌들을 보며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더랬다.
나: "나 다음생엔 거미로 태어나려고. 거미 될걸 그랬어."
신랑: "글쎄, 그런다고 해서 조정석이 너를 선택해 줄까?"
그리고 그제야 나는 비로소 '욘사마'팬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왜 아줌마들이 젊은 욘사마를 그토록 따라다니며 팬심에 열광했는지. 솔직히 어렸을 때는 잘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저 아줌마들은 왜 집에서 밥 안 하고, 여기까지 와서 저러고 있을까.
그런데 이제야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신랑으로 인한 내적 공허함이, 결국 연예인들을 추앙하게 만들었으리라. 이는 비단 아줌마들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저씨들 역시 '아이유' 광팬들이 많기 때문에, 피차 마찬가지일뿐. 우리에겐 잘못이 없다.
그리고 최근에 '가수 조정석'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또 한 번 그의 혜안에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의 팬이 된 나도 꽤나 눈이 높다는 것을 깨닫고 무척이나 나 자신이 뿌듯했다. 이유인즉슨, 그의 사람 보는 안목 때문이었다.
다들 알다시피 조정석은 가수 '거미'와 결혼을 했다. 처음에 둘의 결혼 발표가 있었을 때는 워낙에 거미 씨가 훌륭한 가수니까 평소부터 좋아하셨나 보다...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팬으로서 그녀의 어떤 부분에 끌렸을까 조금씩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알면 알수록 그녀는 내가 생각했던 그 이상으로 아주 훌륭한 성품의 소유자였다. 누구보다도 지혜로웠고, 배려심이 넘쳤다. 그렇게 높은 자리까지 올라간 가수였음에도 불구하고 행동에 거만함이 일도 없었고, 남편과 주변사람들에게 대하는 태도가 가히 명품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조정석 본인이 직접 작사, 작곡을 하고 그것을 지인들에게 들려주면서 수정을 해나가는 내용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전부 다 장단점을 솔직하게 얘기해 주는 장면에서, 거미(님)는 꽤나 오래 망설이다가 한마디 한다.
"나는 쉽게 말을 못 해주겠어."
그 말 한마디에는 그녀가 평소에 남편을 얼마나 배려하고 생각하는지가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그때 또 한 번 나는 조정석의 사람 보는 안목에 놀랐고, 왜 그녀를 선택했는지 알 수 있었다. 역시, 생각이 깊은 남자였고, 좋은 선택을 한 그가 다시금 대단해 보였다.
"거미가 매사에 참 지혜로워."
그리고, 결정적인 그의 한마디.
'아..내가 졌다.'
그의 결혼생활은 얼마나 평온할 것인가. 서로가 서로의 꿈을 응원해 주고, 같은 곳을 바라보는 그들은 참 다정한 부부였다.
그리고 내심 소란스러운 나의 결혼생활을 되돌아보며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결혼 전에 신랑이 내게 "나는 K형 같은 결혼생활을 했으면 좋겠어. 저 부부가 가장 행복해 보여." 라며 소개해줬던 부부가 있었는데 그들의 모습이 거미 부부와 흡사했다. 서로가 서로를 배려했고, 그렇게 평온했다.
남편이 친구들과 여행을 갈 때면 바가지 긁지 않고, 지갑에 몰래 용돈을 넣어주는 K형의 아내. 우리 신랑이 꿈꾸는 그림은 그런 거였다.
" 걱정 마! 우린 더 잘 살 수 있을 거야!"
자신 있게 큰소리친 나. 하지만 웬걸. 아이를 낳자마자 우리의 기싸움은 시작됐다. 달콤했던 서로의 약속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서로의 영역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 줄기차게 옥신각신하며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어쩌면 신랑이 바랬던 결혼생활도 저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존중하는 부부의 다정함. 나는 왜 진작에 깨닫지 못했을까.
이래서 주변에 행복한 사람들이 많아야 하는구나.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들 부부의 모습을 주도 면밀하게 지켜보지 않았다면, 어쩌면 나는 계속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서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끊임없이 미운말을 내던지며, 고집을 부리고 상처를 줬겠지. 그리고 그러한 행동들이 얼마나 크게 잘못된 것인지 잘 모른 채 살았을 것 같다.
왜 내 신랑은 조정석 씨와 같은 위트가 없느냐며 투덜대기 이전에 왜 나는 거미 씨와 같은 지혜로움이 없었는지를 먼저 되돌아보자.
'좋은 사람만이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라는 말이 새삼 와닿는 순간이다.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내 주변이 좋은 사람들로 넘쳐나게 되는 것이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불평불만을 갖기 이전에 먼저,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되돌아보는 편이 현명할 것이다.
그렇게 이 글을 보고 있는 엄마들이 있다면, 그리고 혹시나,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던 찰나라면, 이번 기회에 다들 조용히 반성하는 기회를 가져봤으면 좋겠다. 그렇게 내일은 오늘보다 더 성장하는 엄마가 되기를.
우리들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응원한다.
(그리고 끝으로 거미&조정석(님) 커플 영원히 행복하세요... 저에게 깨달음을 주셔서 감사합니다.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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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출판예정으로 여기까지만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