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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지 Oct 01. 2024

마 여사는 왜 집을 팔지 않을까?


나의 멘토인 강남 다가구주택 건물주 마 여사는 요즘 골치가 아프다.


다행히 전세사기 여파로 인한 다가구 공실 문제는 어느새 사라지고, 그 사이에 오른 전월세 값으로 지갑은 다시 두툼해졌지만, 노후주택이다보니 여기저기 새는 배관이며, 망가진 보일러며, 손볼 곳이 계속 생겨나기 때문이다. 자식들도 다들 바빠 챙기는 이가 없는 것 같은데, 연로한 마 여사가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마 여사) 아휴, 아래 층에 또 물이 샌다고 하네.

어제는 하수구 고친다고 사람불렀더니 또 50만원 들었어.


한번 사람을 불러 수리할 때마다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이 드니 마 여사의 시름도 깊어진다.


(나) 그냥 팔아버리고 신축아파트로 가시면 안되나요? 연세도 많으신데, 언제까지 그 뒤치닥거리를 하시려구요? (소중한 노후를 그렇게 허비하고 싶으세요? ㅜ)


답답해서 말해도 마 여사는 늘 똑같은 대답이다.


(마 여사) 그럼 어떻게 해. 힘들어도 이렇게 사는거지.

이 집 팔아봐야 세금내고 전세금 빼주고 나면 남는 것도 없어.


또 매달 생활비는 어디서 어떻게 하고...지금은 그래도

이 집에서 월세 ㅇㅇ만원이라도 나오잖아.


(나) 요즘 신축아파트 월세 잘 나와요~

지금 받는 월세 2배는 받으실걸요?


(마 여사) ...... 나는 아파트 싫어.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 오래된 다가구주택 관리하느라고 고생하는 마 여사를 볼 때마다, 왜 저러고 사실까 안타까우면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 여사가 집을 안파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무조건 오를 강남 집이기 때문이다.


사실 코로나 직후 부동산 급등기에 마 여사에게는 집을 팔라는 부동산들의 유혹이 많았다. 그러나 마 여사는 일언지하에 거절했고 그 이후 집 값은 두 배가 넘게 올랐다.


주변 친구들도 더 늦기 전에 집을 팔아서 자식들에게 증여해주라고 권한다. 실제로 그렇게 한 친구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마 여사 자식들은 또 어떤가? 듣기로는, 빨리 집 팔아서 조금이라도 나눠달라고 틈날 때마다 마 여사에게 직간접적 화법으로 말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마 여사는 그런 주위의 말들을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마 여사) 내가 죽고나서 나눠가져도 지금 팔아 증여해주는 것보다 더 많이 받을걸?




마 여사를 보면 정말 리스펙 하지 않을 수 없다.


마 여사에게도 형편이 어려운 자식들이 있기 때문이다. 여느 사람 같았으면 그런 자식들을 보면 내 자신이 괴로워 얼른 집을 팔아 단 얼마라도 나눠주고 싶을 것 같은데, 마 여사는 역시 보통 분이 아니다.


(사실 마 여사에게도 그런 마음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얼마 전에 우연히 마 여사님이 보고 있는 유튜브 영상을 보았는데 제목이 "부동산 증여 절세방법"이었다...)



우리는 때로는 값이 오를 것을 뻔히 알면서도, 당장을 못견뎌 팔아버릴 때가 있다. 지난 해 지지부진한 주가를 견디다못해 급등 전 팔아버린 내 삼성전자 주식처럼.


지인 H씨 역시 그런 사례다. 서울 시내에서 모텔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나이가 드니 운영하기도 벅차고 몸도 힘들어서, 산다는 작자가 나타나자 그만 팔아버리고 말았다. 손에 목돈을 쥐게 되니 자식들이 사업을 한다고, 또 아이 유학보낸다고 이리저리 떼어가는데 수십억 돈이 불과 2년만에 다 사라지고 말았다. 결국 H씨는 모텔 판 돈을 다 날리고 우울증에 걸리고 말았다.


지인 K씨도 부동산 세제가 곧 자신에게 불리하게 바뀌게 된다며, 나름은 머리를 써서 세제 바뀌기 전에 집을 팔아버렸는데 그 집을 판뒤 1년도 지나지 않아 집값이 2배가 되고 말았다. 세금 ㅇ천만원 아끼려다가 ㅇ억을 날린 셈이다.


지금 읽고 있는 책 <인생투자>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눈앞의 현실에만 매몰되어
큰 그림을 볼 줄 모르면
작은 변동에도 흔들리고
의사 결정이 어려워진다.
최악의 경우
남은 돈벌게 해주면서
정작 자신은 돈 벌 기회를 놓치는
몇몇 부동산 중개사무소
사장님처럼 될 수 있다.



마 여사의 판단은 과연 옳은 것일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마 여사의 선택이 인간의 본능이나 군중심리, 눈앞의 현실에는 역행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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