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모님은 이런 일까지 합니다

강 상무가 입주 이모님 모시고 사는 이유

by 팬지

강 상무는 ISTJ의 전형으로 회사 일에서는 늘 똑 부러지고 완벽을 추구하는 여성이었다. 야근과 휴일근무가 일상인 대기업에서 끈질기게 살아남아 40대 후반에 임원까지 오를수 있던 것도 그 덕분이었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나올 것 같은 철의 여인 강 상무였지만, 놀랍게도 아이를 돌봐주시는 입주이모님 앞에 서면 한없이 약자로 변하는 것이었다.


일에 매진하느라고 40세 넘어 낳은 늦둥이 아이가 벌써 초등학교 3학년이었다. 그토록 소중한 아이를 두고도 계속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십여 년 째 모시고 사는 이모님 덕분이라고 강 상무는 말했다.


입주 첫날부터 이모님의 요구대로 매일 아침 사과와 인절미, 저지방 우유를 챙겨드리는 데 더해, 저녁에는 1시간씩 운동할 시간도 따로 드린다고 했다. 또 부부 모두 가급적 밖에서 저녁식사를 해결하고 들어오는 등 이모님 부담을 최소화하고 그저 아이만 잘 돌봐주시길 부탁드리고 있다고 했다.





덕분에 아이는 중간에 이모님이 바뀌는 일 없이 안정적으로 자랄 수 있었고, 강 상무 본인도 훌륭한 커리어를 계속 쌓아나갈 수 있었다. 또 입주 이모님을 십분 활용해 가끔은 회사 귀빈을 집에 초청해 접대도 하고, 필요시에는 아이 친구들과 학부모들까지 초대해 네트워킹 모임도 가지고 있다고 하니, 어찌보면 이모님 비용보다 더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는 강 상무였다.


여태까지 내 월급의 상당 부분을

고스란히 이모님 드려야 했지만

일종의 ‘나에 대한 투자’였다고 생각해


강상무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 아이도 많이 컸으니 입주 이모님 대신 파트타임 이모님을 써도 되지 않느냐는 나의 질문에, 강 상무는 무슨 가당치 않은 소리냐며 이렇게 답했다.


아이가 커도 이모님 할일이 얼마나 많은데~


아이가 학교에서 공부를 잘 하는 것은 바라지도 않고, 더도 말고 중간만 갔으면 좋겠다던 강 상무는 아이 초등학교 입학 이후부터는 대치동으로 학원을 보내고 있었는데, 유명학원 새벽같이 줄서서 등록하는 일부터 주3회 택시타고 아이 학원 라이드하는 일 모두가 이모님의 중요 업무라고 말했다.


아이 스카이 보낸 대단한 직장맘이라고?

일 안하고 집에서 ‘전담 밀착 케어’ 했으면

스카이 아니라 의치한 보냈을껄?

내가 못하니 이모님이라도 두는 수밖에…



강 상무를 보면서, 양가의 지원을 기댈 수 없는 빡센 맞벌이 상황에서도 이모님의 도움을 받아 귀한 외동아이를 잘 키우고 교육시키는 사례를 보고 배울 수 있었다.


어찌보면 강 상무가 40대까지 고소득 딩크 족으로 살면서 탄탄한 경제적 기초를 쌓은 덕분이기도 하고, 아이가 하나 뿐이기에 경제적 부담이 덜한 까닭일 수도 있다. 누구나 입주 아주머니 두고 아이를 안정적으로 맡길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강 상무가 존경스러운 점은, 무엇이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돈보다는 안정감,

집안 일보다는 아이 케어,

아이에게는 누구라도 엄마 역할을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사실,

또 요즘처럼 경쟁이 치열한 환경에서는

아이가 커도 섬세한 밀착케어가 필요하다는 사실 등


그렇기에 그토록 깐깐한 성격(?)에도 불구하고 같은 이모님을 10년 넘게 극진히 모시고 살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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