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출산율 제고 방안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그간 크고 작은 선택의 기로에 서야 했다.
# 산후 조리원에 들어갈 것인가, 산후 도우미를 쓸 것인가
# 친정이나 시댁 옆으로 이사를 갈 것인가, 육아 휴직을 할 것인가
# 퇴사하고 전업을 할 것인가, 입주 이모님을 둘 것인가
# 둘째를 낳을 것인가, 하나만 잘 키울 것인가
# 영어 유치원을 보낼 것인가, 나중을 위해 돈을 모을 것인가
# 학원을 돌릴 것인가, 주식을 사줄 것인가 등등...
대부분의 경우 남편과 오랜 상의를 하고 주변에도 물어가며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일'을 기준으로 결정을 내렸다. 그렇지만, 선택은 언제나 아쉬움과 후회를 남겼다. 작게는 영유 안보낸 것부터, 이번에 둘째가 아직 어린데 섣불리 이모님 독립을 추진한 것까지…다시 돌이키고픈 마음이 들었다.
그렇지만 되돌리기에는 이미 늦었다. 둘째가 벌써 6학년인 것이다. 이제와서 다시 이모님을 두기도 그렇고, 이제부터는 그냥 부딪혀 나가는 수밖에 없다.
혼자 있으면 무서워서 온 집안에 전등이란 전등은 죄다 켜놓는 둘째를 긴 방학 동안 홀로 집에 둘 수는 없었다. 학교 돌봄교실을 알아보았다. 20명이 정원인데 진작에 다 채워져서 더 이상은 신규생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혹시라도 자리가 나게 되면 꼭 좀 연락해달라고 부탁했으나, 학교 관계자의 대답은 '괜한 기대 갖지 말고 다른 데 알아보라'는 뉘앙스였다.
별수 없이 학원 방학 특강을 알아보았다. 다행히 아이 영어학원에서 방학 내내 '영어 몰입 캠프'를 진행한다고 했다. (연휴에도 쉬지 않는 그 학원이다...) 하루 6시간*20일 수업 비용이 2백만원에 달했지만, 수천만원 해외 연수도 보내는 판에 싸게 어학연수 보낸다고 생각하고, 그냥 등록하기로 했다
방학 동안 아이 아침과 저녁은 학기 중처럼 남편과 역할 분담하여 먹이고, 점심 한끼만 혼자 사먹게 하거나, 배달음식을 시켜주기로 했다. 반찬가게 음식도 질렸는지, 아이가 차라리 나가서 한끼 사먹겠다고 한 것이다.
다행히 학원건물 1층에 아이가 혼자 가서 사먹어도 부담없을 만한 학생 전용(?) 식당이 두어개 있었다. 메뉴가 국수, 햄버거 등 뿐인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편의점 삼각김밥보다는 나을테니 그냥 놔두는 수밖에... 사실 건물 지하에도 식당이 여러 개 있는데, 거긴 어른이 많고 학생 손님이 적어서 그런지 아이는 좀처럼 혼자 가려고 하지 않았다. 배달 음식은 메뉴가 한정적일 뿐 만 아니라, 맛도 없고 포장용기 처리나 배송비 등이 걸려 늘 최후로 미뤄놓는 선택지였다.
요즘 새 아파트에서는 입주민들의 식사도 해결해준다고 하던데...아이 끼니 해결을 위해서라도(?) 새 아파트로 이사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저출산 문제의 해결책은 의외로 단순한 데 있지 않을까? 새 아파트의 입주민 식사 서비스를 전국의 모든 아파트로 확대시키면 좋으련만...!
그렇지만, 모든 아파트에서 식사 서비스가 실시된다고 해도 아이 혼자 입주민 식당에 찾아가서 혼자 밥을 먹고 올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아이 혼자 어디를 가서 밥을 먹고 것 자체가 허들이 높은 행위인 것이다.
출산율 높이려면 방과후 학교 등 국가기관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아이 '세 끼 식사'와 '돌봄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어.
내가 생각하는 출산율 제고 방법은 이렇게 간단하다. 나의 목소리를 들어줄 위정자는 어디 없을까?
여하튼 편의점과 전등 사건으로 인해 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이모님 독립 비용"이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아이 정서와 안정감 문제.
늘 눈에 보이는 편익과 비용만을 계산해오던 나로서는 정말 큰 발견이었다. 하긴 나의 학창시절을 생각해봐도, 집안의 불화나 친구 문제 등으로 마음이 불안하고 걱정꺼리가 있을 때에는 학교 생활이나 학업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공부와 성적'에 우선하는 것이 바로 '마음, 정서'인 것이다.
문득, 누구보다 바쁜 직장맘으로서 외동아이를 키우고 있는 강 상무님이 생각이 났다. 그 분은 10여년 넘게 입주 이모님을 모시고 살고 있는데 입주 이모님 앞에만 서면 전혀 다른 분이 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