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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언니 Aug 23. 2023

What is K-Beauty?

내면이 예쁘면 진짜 괜찮은 건가요, 한국에서


예쁘다.

이 한 단어만으로도 지인들과 30분은 거뜬히 나눌 얘기들이 있지 않을까.

 

미학적 기준이라 함은 큰 눈에 오똑한 코, 앵두 같은 입술, 청명하고 뽀얀 피부, 지켜주고 싶은 야리야리함까지. 상상만 해보았는데도 그저 눈길 갈 거 같은 아름다움이다. 인식에 변화가 생긴 건지 나이가 들어가며 뻔뻔(?) 해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미의 기준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


"내가 어때서, 나는 당당해. 예쁨의 기준은 내가 정하기 나름이야."라는 마인드를 토크쇼에서, 노래와 춤으로 커밍아웃하고 환호받는 모습들. 내가 예쁜 것에 대해서 할 말이 있는 이유는 자랑 쪽이었으면 좋겠지만 반대의 경우다. 원래 자랑하는 사람보다 한 있는 사람이 더 할 말 많고 절절한 법이니까요.


좀 많이 거슬러 올라가자면 부모님의 깊고 넓은 사랑 때문인지 오해 없길 바란다. 나는 내가 안.. 예쁜지 몰랐다. 친척 어른들의 모임에서도 유치원에서도 심지어 동네에서도 골목대장이었기 때문이다. 사춘기가 드릉드릉하는 초등학교 5학년 때인가 6학년 때인가 같은 반 남자아이들로부터 꼬투리 하나 잡혔다 싶으면 놀리고 싸우며 하루를 보내던 시기. 여드름 때문에, 키가 크고 발육이 남달라서 등등 놀리는 게 있다면 나는 눈이 작아서였다.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여전히 이해 안 되고 그런 무적의 논리가 어디 있나 싶지만 그때는 오버 좀 보태서 숨만 쉬고 있어도 놀릴 수 있는 그런. 시절이었다.


고3 수능을 치자마자 친구들 사이에서 유명했던 성형외과에 상담을 받으러 갔다. 한 곳 말고 여러 군데서 견적(?)을 받아보는 게 좋다는 친구들의 코치에 따라 3 - 4군데 정도 갔던 것 같다. 예상치 못한 난관이 있었는데 두 곳의 병원에서 쌍꺼풀 수술을 비추받았다. 안 해도 되는 눈 이어서가 아니라 해도 풀릴 수 있는 굉장히 슬픈 케이스였던 것이다. 허탈한 마음에 분식집에서 풀코스로 격파하고는 그때부터 화장술을 연마하기 시작했다. 누구 한 명 걸리기만 하면 아작 낼 것 같은 굵고 긴 블랙 아이라이너. 사진으로 봐도 암흑의 아우라가 뿜뿜 하는 20대의 내가 있다. 


이목구비가 안되면 스타일로 채우자 싶어 몸매관리와 패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모든 음식의 칼로리를 외우고 다니며 빈정 상하는 말을 듣더라도 야식은 한 숟가락도 입대지 않았으며 무더운 여름에도 땀을 빼야 살이 빨리 빠진다는 얘기에 위아래 기모 긴팔을 입고 운동했다. 감사하게도 엄마의 패션센스 DNA를 물려받아 어렵지 않게 디자인과 전공이냐는 질문까지 받을 정도로 외출할 일만 있으면 열정적으로 꾸몄다. 그렇다. 내가 바로 집 앞 편의점 가는데도 모든 걸 셋업 해서 가는 그 사람이었던 것이다. 어느새 대학원 수업에 허덕이며 서른 살이 되었고 꾸밀 시간도 꾸미고 나갈 모임도 적어지면서 하나둘씩 타협을 보기 시작했다. 쉐딩 쫌 안 하면 어떠냐. 향수 뿌리는 거 깜빡할 수도 있지. 


지금은 어떻게 다녀요?라고 물으신다면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 하지만 꾸민 거) 경계를 왔다 갔다 하고 있다. 화장은 소개팅이나 결혼식 가는 급 아닌 이상 풀메이크업은 잘하지 않고 옷은 무색무취 단색 컬러에 가방으로 포인트 주는 정도. 다행히 아주 관심이 없어지지는 않아서 나의 꾸안꾸를 패션으로 인정해 주는 분들이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몸매도 그저 어느 정도는 자연의 나잇살(?)을 받아들이며 상황에 따라 소식할 수 있을 정도로만 먹으며(애쓰며) 아슬아슬하게 사이즈를 유지하고 있다. 아름다움에 꽤나 많이 타협한 것 같지만 그 빈 공간에는 책을 읽고 글을 쓰며 가보고 싶은 카페에 가서 디저트를 먹고 틈만 나면 여행지를 기웃기웃 거리며 소중한 사람과 일상을, 가끔은 앞으로의 방향과 다듬어져야 할 마음에 대해서 조물조물 이너뷰티에 파워업 하고 있다. 


뷰티에 초월한 척 쿨내 풍기며 적긴 했지만 여전히 얼굴에 트러블을 발견한 아침은 속상하고 밤마다 졸린 눈을 비비며 마스크팩을 붙이고 오늘 내 옷 왜 이럼 싶은 날에는 괜히 기분이 구리구리해지는 하루들을 살고 있지만. 괜찮다. 그럴 수도 있는 게 바로 나다,라는 마음으로 겉과 속의 틈을 조금은 두려고 한다. 외면과 내면의 발란스를 맞춰 가며 보내고 있는 30대의 삶. 40대가 되고 50대가 되면 어떻게 더 농밀해지고 속된 말로 '짬바'가 생길지 조금은 기대되기까지 하는 한국에서 예쁘게 살아가기. 의외로 단순하게 몸과 마음이 가는 그곳이 최종적인 종착지일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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