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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언니 Aug 21. 2023

물고 뜯고 뜯기는 인류의 대전제

사랑 그리고 연애


사랑과 연애.

인간에 대해 얘기할 때 이 주제가 빠질  수 있을까.


이성에 눈 뜨기 시작한 나이. 연애라는 걸 하기에 모든 슬픈 요소를 갖춘 아이였다. 금빠사에 초면에 고백 갈기기. 만나기 시작했다 하면 하루종일 그 사람만 생각하기. 빈틈없는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 하는 완벽주의자. 이런 사람이 좋아한다 하면 글쎄, 이루어진다면 운명이 아니고서야 힘든 요소는 다 있다고 보면 되지 않을까.

인류의 대전제

"저 사람에게 관심 있는데 바로 얘기하면 안 돼?"

"응 안돼. 기다려."


지금이야 친구가 해준 저 대답이 이해가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여전히 백 프로는 수용되지는 않는 말이다. 연애의 성향이 다양하긴 하지만 밀당'을 싫어하는 사람 중에 한 명이 나 이기 때문이다. 밀당으로 연애가 성공했다 하더라도 밀당 노력할 시간에 그 사람에게 진심 어린 노력을 하는 게 더 좋은 거 아닌가.

그래서 내가 지금 만나는 사람이 없는 건가...


연애를 어찌어찌 시작하게 되면서 나름의 감을 찾아갔다. 그 사람과 나 사이에 바람이 지나갈 정도의 틈을 유지하면서 그 사람이 하고 싶어 하는 걸 알아채고 반대로 하기 싫은 것도 먼저 캐치해서는 내 선에서 움직이는 그 모든 것들. 노력을 해야 하는 거면 노력을 했고 존재 자체로 안정감을 줄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해도 아깝지 않은 모성애 비슷한 한 방이 있다는 걸 알았다.


때로는 연애의 과정에서 삐걱거리는 순간들이 찾아오기도 했다. 주는 것에 대한 기쁨을 반대로 받게 되는 경우 부담스러워지는 병이 있었던 것이다(이건 병으로 코드를 분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저 나만 바라보고 내 감정선에 같이 좌지우지되는 그 시절 그 사람의 관심이 힘들었다. 결국 헤어짐을 고했고 눈물을 흘리며 했던 그의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넌 사람을 외롭게 하는 사람이야." 지금 생각해도 얼마나 한 맺힌 말인가. 두고두고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연애의 온탕과 냉탕을 오가며 몇 번의 연애를 하며 30대가 되었고 지금은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라고 외치고 싶지만 달라진 게 있으면서도 없다. 언제 사랑을 표현해야 하고 그저 묵묵히 기다려줘야 하는지에 대한 감이 좀 더 생겼다고 할까. 막상 적고 보니 30대 정도 되면 연애 고수가 됩니다~ 하는 연애실용서 같은 멘트 같지만 막상 보면 또 그렇지만은 않다.


무슨 얘기냐면 여전히 찌질한 행동은 도맡아 한다는 소리다. 연애를 여러 번 해보면 뭐 하나.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사람이 아닌 이상 늘 다른 사람과 시작하는 연애이다. 처음부터 다시가 필요하다는 의미. 이 '처음부터 다시'에 묘한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 전 연애사에서 몸과 마음으로 배운 '다음 연애에서는 이러지 말아야지' 하고 뼈저리게 배운 것들을 써먹을 수 있다. 소위 개구멍 같은 나만의 지름길을 만드는 거다. 어렵게 갈 수도 있는 길을 조금은 쉽게 갈 수 있는.


역기능은 슬프게도 역시나 '처음부터 다시'인 것이다. 새로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다시'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 이 과정이 연애의 맛 이긴 하지만 30대 넘어서면 의외로 이 단계를 '또' 하고 싶지 않아 연애는 쉬고 싶다 하는 분들 꽤 있다. 나만 해도 옛 연인이 가끔씩 생각나고 스쳐가는 미련이라도 남는 건 '편해서' 일 것이다. 뭐 때문에 헤어졌는지에 대한 기억은 차차 희석되어 가고 그 사람과 쌓은 시간에서 오는 안락함과 편안함이 먼저 생각나는.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하기에는 이미 많은 것들을 알아버렸고 어느 세월에 미래에 오실 그분을 하나씩 알아가나.. 싶은 것이다.


주위에 하나둘씩 비혼주의에 관한 얘기를 듣게 된다. 성향에 따라 또 여러 상황에 따라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이유는 다 다르지만, 이해가 가면서도 난 아직 결혼을 하고 싶다. 내 눈에 콩깍지겠지만 빛나는 그 사람을 만나 웃는 일이 더 많아지길 여전히 바라고, 혼자인 듯 같이 있는 둘의 편안함을 누리고 싶다. 뭐 이런 게 다 있나(?) 싶은 생각이 들 만큼 박 터지게 싸웠다가 억울한 일 당한 얘기 들으면 같은 편으로 맞서 싸우며 그렇게 전우애를 다지는. 옆에서 새큰새큰 자고 있는 모습을 가만히 보면 짠하기도 한 옆태를 보며 함께하고 싶다. 각자 다른 공간과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함께 동화되어 가는 시간도 그만큼 오래 걸리겠지만.


연애. 인류애와는 조금 다른 그것.

특별한 그 사람과 쌓아가는 사랑을 여전히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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