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동상] 조봉암과 이승만
인천 출신 독립운동가 죽산 조봉암(1899~1959) 동상을 건립하겠다고 모금을 진행한 새얼문화재단이 기부금품법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됐다.
2011년 공식 모금을 시작해 총 9억여 원이 모였으나 여전히 건립 시기도 불투명하다. 동상 건립 운동은 십 수년 째 모금단계에 머물러 있다.
기부금품 모집단체인 재단은 그동안 동상 건립 장소와 시기를 수 차례 번복하며 의문을 키웠다.
모금기간 만료 이후에는 행정기관에 신고한 금액과 재단이 보유한 금액이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2024년 8월 동상 건립 기금 사용기간 종료를 앞두고 재단은 2026년까지 기금 사용기간과 계획을 변경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시작하겠다던 설계공모는커녕 해가 바뀌도록 동상 건립을 위한 위원회조차 꾸리지 않았다.
뉴스하다는 조봉암 동상 건립 계획과 시민 기금 조성 과정을 추적했다.
죽산 조봉암은 1899년 강화도에서 태어나 조국 독립에 헌신했다. 1959년 이승만 정권에 의해 간첩으로 몰려 사법살인 당했다.
2011년 1월 20일 대법원이 조봉암의 간첩죄, 국가보안법 위반 등 무죄를 선고하자 인천지역에서 그의 명예회복을 위한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민간 문화단체인 새얼문화재단은 2011년 8월 18일 인천시에 기부금품 모집 등록했다. 목적은 ‘죽산 조봉암선생 동상건립 기금마련 지원’, 목표금액은 총 8억 원이었다.
재단이 등록한 이유는 ‘1천만 원 이상 기부금품을 모집하기 위해서는 모집ㆍ사용계획서 등을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해야 한다’는 기부금품법 때문이다.
이후 재단은 모집 목표금액 부족을 이유로 모금기간 연장을 반복했고 기간은 2023년 8월 31일까지 늘어났다.
재단이 기부금품 모집을 종료하며 인천시에 보고한 총 기부금은 현금 2억8천999만 원, 이자 5천934만 원 등 총 3억4천933만 원이었다.
그러나 실제 재단이 모금한 총액은 9억 원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용택 이사장은 2024년 7월 31일 ‘죽산 조봉암 선생 65주기 추모식’에서 5천590여 명이 참여해 모금액이 이자를 포함해 9억3천200여만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6억 원에 가까운 기금이 비공식(미등록) 모금을 통해 조성된 것.
재단은 2011년 4월부터 비공식 모금을 벌여 약 4개월 간 폭발적 성과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2011년 4월부터 8월 17일까지 모인 기금은 4억5천491만원이다. 여기에 이자 1억2천857만 원을 더해 5억8천349만 원이 기부금품 모집등록 전에 모였다.
동상 건립이 늦어지면서 이자는 계속해서 불어나고 있다.
등록 이전 기부금을 모집한 것은 기부금품법 위반에 해당한다. 등록하지 않고 기부금을 모집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재단이 모은 5억8천349만 원 정도가 기부금품법 위반으로 판단된다.
2024년 9월 7일 제21대 국회의원을 지낸 지성호 이북5도위원회 함경북도지사는 광역단체에 등록하지 않고 기부금품 28억여 원을 모집해 법원으로부터 벌금 2천만 원을 선고받았다.
재단은 2005년부터 2011년 상반기까지 지속적으로 모금운동을 펼쳤으나 광역단체인 인천시에 등록하지 않았다.
2007년부터는 실제 모금활동이 이뤄졌고, 2011년 2월에는 7천만 원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비공식 모금의 가장 큰 문제는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재단이 공개한 자료를 통해 2011년 8월부터 현재까지 모금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2011년 4월 이전까지 모금 규모를 확인할 수 없다.
사용내역도 마찬가지다.
조봉암 동상 건립기금 9억여 원 중 인천시에 모집 등록한 3억5천만 원 가량은 제대로 쓰이는지 지속적인 공개와 감시가 이뤄지지만, 5억8천만 원 가량의 쓰임은 알 방법이 없다.
행정안전부는 기부금품 모집 등록하지 않은 채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1천만 원을 모집한 경우는 불법으로 판단했다.
행안부 민간협력과장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 모집 등록해야 된다”며 “1천만 원 넘어가는 시점부터 모집 등록해서, 모집 목표액을 설정해서 모집 등록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특히 제작진이 “불특정 다수에게 1천만 원 이상 모금할 경우 꼭 등록해야 되는 거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불법이냐”고 질문하자 행안부 과장은 “그렇다”고 답변했다.
인천시는 재단이 등록기간 이전에 받은 기부금의 위법성을 경찰 등 수사기관이 판단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시 관계자는 “행정청은 (모집등록) 절차가 시작되고부터 검토할 수 있고, 그 이전에 기금을 어떤 식으로 모집했는지 사실관계는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며 “법에 저촉됐는지, 위법한지 여부는 경찰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계좌 실물을 확인해달라는 제작진 요청에 재단은 모금 규모와 계좌별 금액이 적힌 문서만 보여준 뒤 바로 회수했다. 모금액은 다수 계좌에 나뉘어 있었다.
이와 관련, 지용택 이사장은 “들어온 돈은 통장에 이자까지 다 들어있다”며 “우리는 법에 따라서가 아니라 제일 처음 (모금을) 시작할 때 새얼문화재단에서 이런 운동을 한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사해서 부정이 있으면 나한테 묻지 말고 검찰에 고발하라”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뉴스타파함께재단 KINN(한국독립언론네트워크) 탐사보도 기획안 공모전 취재비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이창호 기자 ych23@newshada.org
홍봄 기자 spring@newshada.org
오나영 기자 zero@newstapa.org
〈영상보기〉
〈기사보기〉
[두 개의 동상] ⑤ ‘조봉암 팔이’ 15년, 새얼문화재단 기부금품법 위반
[두 개의 동상] ⑥ 새얼재단, 기부금 9억 챙기고 석상 계획 번복
# 뉴스하다는 권력과 자본의 간섭 없이 진실만을 보도하기 위해, 광고나 협찬 없이 오직 후원회원들 회비로만 제작됩니다. 정기후원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주세요.
# 정기후원과 상시후원은 아래 링크에서 가능합니다.
https://www.ihappynanum.com/Nanum/B/5XHUZ07UV0
#조봉암 #조봉암동상 #죽산 #뉴스하다 #탐사보도 #독립언론 #진실 #이승만 #사법살인 #인천경기탐사저널리즘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