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시간
어둡지만 무섭지 않은 이른 새벽. 나는 이 시간을 좋아한다.
저녁도 아닌, 그렇다고 아침도 아닌 어스름한 새벽이 좋다. 새벽의 공기와 냄새마저 좋다.
새벽 기상을 하기로 마음먹은 날부터 아침마다 나는 나 자신과 매일같이 싸우고 있다.
서늘한 공기를 탈탈 털어내고 이불 밖으로 나오는 순간까지도 고민을 한다. 조금 더 잘까 말까.
그 순간만 이겨내면 기분 좋은 새벽을 맞이할 수 있다.
이른 새벽에 눈을 뜨는 건 쉽지 않지만 새벽느낌을 느끼려면 일어나야 한다.
과거의 무의미한 삶을 살았던 나를 생각하며 힘들어도 억지로 일어난다. 후회가 가득한 과거에 나를 가둬둘 수는 없다.
일어나서 따뜻한 차를 마시며 이불정리를 하고 책상에 앉아 책을 읽는다.
책을 읽다 보면 슬슬 커튼사이로 따스한 햇빛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순간이다.
가끔 일출을 보러 북악스카이웨이에 갈 때가 있다.
물론 집에서 새벽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에너지가 넘치는 주말에 새벽을 맞는 건 아쉬워!
금요일 저녁, 내일의 미세먼지 농도와 날씨를 보고 날씨가 좋으면 알람을 맞추고 일찍 잠에 든다. 그래야 더 개운하게 일어날 수 있으니까.
마침 미세먼지가 없는 주말, 나는 5시에 알람을 맞추고 일찍 잠에 든다. 새벽의 정기를 맞으러.
누운 지 몇 시간 되지도 않았는데 알람이 나를 깨운다. 아직까진 서늘한 공기 때문인지 일어나는 건 두세 배로 힘들다. 하지만 오늘은 일출을 보러 가기로 했으니 스트레칭을 간단하게 하고 나갈 준비를 했다.
겨울의 일출시간은 7시 45분. 시간이 한 시간 정도 남았으니 아침독서로 마음을 정리한다.
한 시간 정도 읽은 후 새벽과 활기찬 아침을 맞으러 출발.
꽤나 일찍 나왔다고 생각했지만, 부지런한 사람들은 이미 아침을 시작하고 있었다.
조금 더 부지런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던 순간이었다. 주말 여섯 시인데도 불구하고 거리에는 사람들이 분주하게 어디론가 가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차를 타고 꼬불꼬불한 길을 돌고 돌아 북악스카이웨이 정상 도착. '나 혼자 있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주차장에 들어가는 순간 걱정은 한순간에 사라졌다. 이미 이른 시간에 도착해서 다 보고 가는 사람들과 걸어 올라온 사람들, 자전거를 타고 올라온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또 한 번 시들어 있던 동기부여를 받는 순간이었다.
높은 곳에서 도심을 바라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멍 때리게 된다. 이 순간에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평일에 받았던 스트레스와 걱정들을 들숨과 날숨을 쉬며 밖으로 내뱉는다.
그리고 행복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내 몸에 가득 담는다. 이 호흡법은 아침마다 하는 중인데 복잡했던 머릿속을 어느 정도 정리를 해준다.
아무 생각 없이, 아무런 고민도, 걱정도 없는 사람처럼 한참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새 주위가 붉어진다.
걱정과 고민이 많을 때 북악스카이웨이를 오면 걱정과 근심이 사라진다.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나만 열심히 사는 줄 알았는데 더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다 같이 열심히 사는구나'라는 게 느껴지면서 뭔가 모를 동기부여를 받게 된다. 분명한 건 이곳에 오기 전에는 걱정과 불안이 내 몸을 지배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해소가 된 느낌이다.
힘들고 지칠 때, 나만의 공간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떤 공간을 갔는데 근심과 걱정이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다면 시간을 내서라도 가는 게 어떨까? 우리도 핸드폰처럼 각자 다른 용량의 배터리를 가지고 있다.
배터리가 방전되면 핸드폰도 꺼지듯이 우리도 방전되기 전에 충전을 해야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