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가까워지고 싶었던 순간, 그의 발길은 바다로 향했다. 바다는 언제나 그의 곁에 있었으니까.
햇빛 아래 살랑이는 물결, 금빛으로 반짝이는 작은 물방울들. 행복은 언제나 뱌다와 함께한 기억속에 있었지만 그날의 바다는 달랐다.
잿빛 파도는 매섭게 몰아쳤고, 그 울부짖음은 마치 그를 부르는 듯했다.
굳게 마음먹고 왔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발은 모래 위에서 얼어붙었다. 차가운 물결이 발끝을 스칠 때마다, 마치 그의 마지막 결심을 비웃는 듯했다.
그는 더 이상 발을 내딛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때 알았다.
바다는 그날도 여전했고 변한 것은 그였다는 것을. 바다가 그를 삼키려는 게 아니라, 그가 스스로를 밀어 넣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는 그마저도 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