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정리하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콜롬비아와 파마나의 국경 섬 푸에르토 오발디아의 사진을 몇 장 발견했다. 그 덕분에 국경에 대한 추억들이 떠올랐다.
‘나라와 나라 사이의 경계’를 이루는 곳엔 도시나 마을이 있다. 그 곳이 기억에 남아 있다는 건 뭔가 ‘사건’이 있었다는 것일 게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말이다.
유럽에서 국경을 넘을 때 거의 대부분 기차에 있었다. 그러다보니 유럽에서 국경 도시에 머문 기억은 없지만 기차에 얽힌 기억들은 제법 있다. 기차를 기다리며 기차역과 함께 보낸 시간들, 기차에서 만나 같이 여행했던 여행자들, 국가 간 이동에 시간이 제법 걸릴 경우 야간열차를 이용한다거나.
유럽에서 가려다 못 간 국경 도시가 있긴 하다. 독일과 프랑스 국경에 있는 스트라스부르(프랑스어: Strasbourg, 독일어: Straßburg 슈트라스부르크) 국경 도시들은 두 나라에 면해있기에 두 문화가 공존한다는 매력이 있다. 하지만, 분쟁이 잦은 곳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슈트라스부르크처럼 화해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비행기로 국경을 넘을 경우 입국 심사로 인해 괜히 긴장되기도 하지만, 여전히 출입국이 까다로운 국가들도 있지만, 이제 점점 입국 절차도 간소화 자동화되어 가는 것 같다. 역시 문제는 국가 간에 사이가 좋지 않은 경우일 것이다.
중남미에서는 대부분 버스를 이용해 육로로 국경을 넘었다. 버스를 타고 가다 출입국 사무소에 내려 스탬프를 받는 식이다. 문제가 되는 경우는 없었는데 기다리는 시간이 많이 걸리곤 했다. 그와 같지 않은 경우가 기억에 남은 셈이다.
페루와 볼리비아의 국경 지역에 있는 티티카카 호수 마을을 비롯해 원주민들이 살고 있던 지역은 흥미로웠다. 볼리비아에서 칠레 간 국경 이동은 사막을 통해서였다.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을 거쳐 칠레 아타카마 사막으로 사막을 통해 국경 이동을 한 것이다. 아르헨티나에서 우루과이 이동은 유람선을 통해 강을 건너는 식이었다.
남미의 콜롬비아에서 중미의 파나마로의 국경 이동에 대한 기대는 컸다. 요트를 타고 2박 3일을 카리브해를 가로질러 건널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계획대로 되지 않았고 콜롬비아 국경 섬에서 파나마 시티까지 통통배를 타고 이동하였다.
그 덕분에 스페인에서 온 이수시아와 콜롬비아의 욜란다를 만난 셈이다. 남미 대륙을 자전거로 1년 동안 여행하고 중미로 넘어가고 있던 이수시아, 파나마로 친구를 만나러 가던 욜란다. 콜롬비아와 파나마 사이가 안 좋아서 욜란다가 스탬프를 받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렇게 통통배를 타고 2박 3일 동안 중앙아메리카의 원주민 섬 두 곳에 머물면서 콜롬비아와 파나마의 국경을 건넜다. 내 인생에 다시 있을까 싶은 가장 길고 흥미로운 국경 이동이었던 셈이다.
2024. 11.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