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언자를 만나다.

내 행복은 나만 이해할 수 있어요.

by 일생

1. 퇴직자의 조언


퇴직하고 행복해?

응. 훨씬 나아요.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해요.


후회는 없었어? 공무원 그만두면 큰일 나는 거 아니었어?

아니에요. 정말 소름 끼치도록 어제와 같은 오늘이 반복되더라고요.

오히려 큰일은 주변에서 일어났어요. 가족들이 그만두지 못하게 난리를 쳤거든요.

결국 설득 못하고 사직서를 냈죠.

가족들도 나의 행복을 이해하진 못하더라고요.


오빠, 내 행복은 나만 이해할 수 있어요.

저도 사직서를 내기 전까지 이게 맞나 수백 번을 곱씹었지만, 결과가 나쁘더라도 내 결과를 내가 책임지면 되는 거 아닌가 싶더라고요.

저는 10원을 벌더라도 마음 편하게 벌고 싶었어요. 그래서 새로운 직장으로 들어왔는데 공직에 있을 때보다 훨씬 마음 편하고, 하는 일에 비해서는 많은 돈을 받는다고 생각해요.


퇴직하기 전에 꼭 준비해야 할 건 없어?

마음가짐이죠. 용기를 가져요.

오빠랑 오빠 가족만 행복하면 돼요. 다른 건 신경 쓰지 마요. 다 잘될 거예요.




2. 현직 공인중개사의 조언


동생 나이가 35살이지? 아직 이 업계에서는 어린 편이야. 퇴직을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공인중개사는 40대 초중반에 진입하는 게 적당하다고 생각해.


그리고 부동산 시장이 호황일 때 진입하는 것이 좋아. 그래야 많은 계약을 처리해 나가면서 빨리 배우거든. 불황일 때는 정말 기회가 없어. 지금 같은 불황의 시기에는 다음의 호황을 준비하며 기다리는 거야.


공인중개사의 업도 장사와 다를 게 없어. 팁을 하나 알려주자면 손님보다 조금 못나 보이는 게 영업이 잘 되는 것 같아. 일은 당연히 잘해야겠지. 내가 말하는 건 느낌이야.


주택의 중개는 여자가 남자보다 유리해. 가정에서 주거지의 선택권은 대부분 여자한테 있거든. 그런데 주택은 거래가 잦음에도 성장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어. 남자는 토지, 빌딩, 상가, 공장 같은 큰 분야가 유리한 것 같아.


여기에 들어오기 전에 반드시 자본금을 준비해 둬. 안타깝지만 중개만 해서 살아남기에는 경쟁이 너무 치열해. 그래서 투자여력이 있어야 해. 일을 하다 보면 정말 많은 기회가 보일 거야. 공인중개사가 되면 투자대상물에 대한 내막을 알 수 있거든. 그러면 손해를 볼 가능성이 거의 없어. 이제는 중개보다 투자가 더 중요해지고 있어. 사짜 기질이 있어야 하는 것도 사실이야.


공인중개사라는 직업은 진입장벽이 낮고 초기 투자비용이 적어서 자본 없이 들어오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아. 그런데 유지비는 계속 나가고 생활비는 벌어야 하다 보니 중개가 더 치열해지는 거지. 옛날처럼 정석대로 돈을 번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이야기야. 요즘에는 법정 중개비도 못 받고 있는 걸? 중요한 건 기질과 영업력, 그리고 인맥이라고 생각해.


여기에 발을 들이게 된다면, 짧게라도 많은 분야의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어.

나는 한 분야만 파다 보니 다른 분야의 기회가 왔을 때 못 잡는 경우가 많아서 아쉽더라고. 옛날 복덕방으로 생각하면 안 돼. 이제는 법인·기업화되는 추세이니 그들을 주시하면서 기회를 찾아봐.


이 일을 하다 보면 수입이 없는 달도 있어. 어떤 분은 2년에 한 건의 계약으로 사시더라. 그래도 유지비는 계속 나가잖아? 그러니 배우자가 월급으로 생활비를 부담할 수 있으면 좋아.


나도 이제 곧 환갑이네. 10년 전에 이 업을 시작했을 때는 워킹 손님들이 되게 많았거든. 그런데 요즘에는 예전의 30프로도 안 되는 것 같아. 거기다 직방 같은 대기업들이 치고 들어오니 나도 변화를 해야 하나 고민 중이야.


꼭 지금이 아니어도 기회는 많으니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시행사·건설사·금융인·토지주·빌딩주 등 인맥관리를 잘해서 미래의 고객들을 확보해 둬. 힘들겠지만 그들에게 한 번이라도 얼굴을 더 비추고 좋은 이미지를 심어줘. 그리고 충분한 자본금과 안정적으로 버틸 수 있는 생활비도 마련해 두고.


이 업계에 발을 들이면 공직에 있을 때보다는 파이가 훨씬 클 거야.

그리고 이왕 결심했으면 공무원 그 이상을 이뤄내야 하지 않겠어?




조언을 구할 당시 나의 계획은 공인중개사무소로 이직하여 실무경력을 쌓은 후 사무소를 개업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조언을 듣고 보니 내 계획이 얼마나 허술하고 위험한지 알게 되었다. 나는 가장으로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사실과 생각만큼 밝은 미래가 펼쳐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채 좋아하는 일을 찾았다는 확신에만 매몰되어 편중된 방향으로 생각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현직자의 조언 덕분에 나는 공인중개사로의 이직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재검토할 수 있었다.

조언자는 내 잘못된 생각의 방향을 바로잡아 문제의 본질을 바라보게 해 주었고,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향후 닥쳐올 위험은 무엇인지 알려주었다.


부동산 시장이 호황일 때 공인중개사를 시작해야 하는데 지금은 거래가 실종된 최악의 상황이다. 언제 좋아질지 알 수 없고 그 시기가 영영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게다가 나는 여기저기 투자를 해놓은 상태라 자본금은 고사하고 빚도 완전히 청산하지 못한 상태이다. 여기서 꿈만 좇아 일을 벌였다간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시장이 좋아질 때까지, 자본금을 모을 때까지 버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내겐 '격이 다른 공인중개사' 외에도 '작가 자유로'라는 또 다른 꿈이 있지 않나.

지금은 작가라는 꿈에 매진하며 좋은 시기가 올 때까지 기다려보자.


생각을 정리한 후 나는 공인중개사가 되기 전까지 다닐 새로운 직장을 찾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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