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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해 Aug 05. 2024

별을 헤는 그대에게



2024.08.06

밤하늘의 별을 세어본 적이 있는가?

지구라는 별에 살고 있고, 태양계라고 하는 고만 고만한 별과 이웃하면서 지내고 있고, 은하라고 하는 성단에 둘러 싸여 있으며, 우주로 통칭되는 무한개의 별과 함께 하는 우리들의 막막함에서 우리가 거쳐온 시원을 어떻게 짐작이라도 할 수 있을까 눈을 들어 밤하늘을 쳐다본다.

인공조명에 포위된 문명의 도시에서 별은 간간이 드문드문 모습을 보이고 슬쩍슬쩍 빛나는 별빛을 보면서 우리는 별을 셀 수도 있겠다고 자신하고 밤하늘의 별을 헤기 시작한다.

그러나 아뿔싸 이게 뭐지라고 외치며 우리가 헤는 별들은 다층 우주에서 셀로판지 보다 얇은 한 층의 박막에 지나지 않는 밤하늘의 별을 세어본 것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별을 헤거나 셀 수도 물론 없겠지만 그래도 지혜자인 우리 호모사피엔스는 밤하늘의 별을 헤는 별 볼 일 있는 생명체로 출발을 했다고 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파충류가 득세를 했던 쥐라기 공룡시대부터 6500만 년 전 공룡이 지구상에서 멸종되기까지 우리 인류의 조상 포유류는 공간과 시간이라는 시공간 분할을 통한 생존전략으로 지구라는 별에서 살아남았다.

낮에는 공룡이라는 무시 무시한 사냥꾼을 피하기 위해 굴을 파고 들어가 잠을 잤고 공룡이 잠든 밤이면 굴에서 나와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가로질러 먹이를 구하면서 생존을 이어갔던 우리 포유류 조상들은 찬란하게 빛나는 태양보다는 은은하게 쏟아지는 밤하늘의 별빛이 훨씬 정겨웠을 것이다.

공룡이 사라진 지구에서 지구의 주인이 된 포유류는 밤하늘의 별을 헤는 생존전략을 그만두고 찬란하게 빛나는 태양계가 지배하는 낮을 접수 하면서 비로소 지구의 진정한 주인으로 등극한 것이다.

이렇게 별을 헤는 그대에서 별볼 일 없는 그대로 변신한 우리 포유류의 생명의 역사에서 별은 우리가 두고 온 고향과도 같은 존재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우리 인류도 포유류 조상의 흔적 기억을 통해 문명세상의 인공조명 속에서 살아갈 때는 느끼지 못하는 별을 헤는 본능이 밤하늘과 호수가 만나는 몽골의 흡수골 앞에 서 보면 쏟아질 듯 눈앞에서 펼쳐지는 밤하늘의 별들의 우주쇼를 보게 되면 아마도 그 압도적 장관에 꿈틀꿈틀 별을 세던 포유류의 본능이 되살아나는 기이한 경험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별아이로 출발한 우리 인류가 지구라는 돌로 만든 별에 불시착하여 점점 더 돌아이가 되어가는 과정을 문명의 진보라고 불러야 할지 본능의 퇴보라고 말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 한 가지는 별아이가 돌아이가 되어가면서 우리는 아뿔싸 점점 더 별볼 일 없는 사람이 되면서 진짜 별볼 일 없는 인간으로 추락한다는 사실이다.

머리를 숙여 지구라는 돌로 만든 별을 지겹게 봤다면 이제라도 머리를 들고 밤하늘의 별을 헤는 그대가 되어 별볼 일 있는 사람으로 거듭난다면 최소한 아뿔싸 이게 뭐였지라고 외치며 일이 잘못되었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깨닫고 뉘우치는 일은 많이 줄지 않을까 유쾌한 상상을 한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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