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햇살이 얼굴을 때리고 중천의 햇볕이 머리를 따갑게 쬐다가 늬엇늬엇 서산으로 넘어가는 은은한 햇빛이 드디어 낙조가 되어 길게 뻗어서 떨어질 때 석양은 우리 두 눈 망막에 또렷이 맺히고 비로소 아침과 중천일 때 이글거리던 해에 깔려서 보지 못했던 헷갈렸던 태양의 진면목이 석양이 되어 우리 두 눈에 들어온다.
봄에는 꽃을 피워 현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여름에는 무성한 이파리를 성장시켜 태양광으로 광합성과 탄소동화작용을 부지런히 하여 씨앗을 품은 풍성한 열매를 맺어 자손을 퍼뜨리고, 가을이 되어 초록빛 이파리가 잎의 생장에 필요한 질소나 인 같은 영양 물질을 작은 가지에 저장하고 잎에서 엽록소가 분해되면 안토시아닌이나 카로티노이드와 같은 색소가 색깔의 마법을 부리며 단풍을 통해서 나무는 한 생의 존재가치를 마음껏 뽐낸다.
태양계의 주인공, 해님도 하루를 단위로 일출의 양광, 중천의 태양, 일몰의 석양으로 크기와 모습과 에너지를 달리하며 매일의 우주쇼를 시연한다.
지구의 주인공 나무도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철의 절기에 맞추어 꽃을 피우고 이파리를 키워서 열매를 맺고 단풍이 낙엽이 되어 땅에 떨어져 분해되어 지구의 한 줌 흙으로 환생하는 것이다.
이처럼 자연의 섭리는 한 점 빈틈없이 하루, 한 달, 한 철, 사 철, 한 생의 원을 돌리는 세상의 원리가 되어 끊임없이 반복 순환하면서 일시무시하고 일종무종한 지구의 생태계를 완성한다.
하루를 사는 하루살이에게도 한 생의 사이클이 존재하고 한 해를 사는 한해살이 잡초도 사철이 있으며 백 년을 사는 인간도 생로병사의 리듬이 있는 사람이 되어 스스로를 돌아보고 주위를 관조하라 한다.
어릴 때는 현란한 봄이 좋고 성장해서는 무성한 여름에 열광하다가 수확의 계절, 가을이 오면 각자 생각이 많아져서 일몰 직전의 석양, 낙엽 직전의 단풍을 바라보면서 드디어 석양의 낙조落照처럼 물들어가는 단풍에 내 가을 같은 인생을 투사透寫하고 관조觀照하다가 겨울의 삭풍朔風에 나 뒹구는 낙엽이 되어 사라지는 것이 우리의 한 생이다.
다만 사철을 모르고 날뛰는 철부지, 즉 절부지節不知가 아닌 사계절四季節을 바라보고 관조觀照하는 사람四覽이 되어 이 가을의 석양과 단풍을 실컷 보고 겨울이라는 겨룸의 계절季節 앞에 당당하게 서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