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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해 록] 백년전쟁 16, CHROMITE 1950

by 윤해


시대가 사람을 만든다, 시운을 타고나야 큰 사람이 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인생의 변곡점을 만나면 자타가 모두 하는 한마디 말이 한계로 밀어붙인 노력 끝에 불쑥 내뱉는 시대를 잘 만났느냐 여부이다.


태어나 보니 일제의 2등 신민이 된 1908년 1월생이나 1908년 6월생 모두 1932년 스스로 뜻한 바에 따라 생사유명을 달리하여 죽어서 이름을 남기거나 살아서 몸부림치는 삶을 살았겠지만 한 인간을 둘러싼 공간과 시간은 잠시도 쉬지 않고 달려 나가면서 시대를 만들고 그 시대가 우리 모두를 시험에 들게 하는 전시라고 한다면 그의 인생은 살아도 산 것이 아닌 그야말로 고해 속에서 한 세상을 사는 불운과 마주하는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리게 되는 것이다.


1875년생 이승만, 1880년생 더글라스 맥아더, 1889년생 월턴 해리스 워커 이 세 사람이 마주한 1950 여름의 대한민국은 죽느냐 사느냐의 백척간두에 서서 나이와 국적 그리고 입장은 달랐지만 자유민주주의라고 하는 동일한 가치 아래 한 배를 타고 각자 맡은 자리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미 8군 사령관 워커장군이 낙동강 방어선에서 뚝심으로 북한군 총공세를 막고 있던 그해 여름은 전쟁의 판도를 바꾸어줄 한방이 필요했고 태평양 전쟁당시 수많은 상륙작전을 성공시킨 영웅이며 유엔군사령관인 맥아더 원수는 인천상륙작전을 실행에 옮기느라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1대9, 상륙지점으로 인천을 정한 맥아더의 의견에 작전에 참가할 9명의 장군들은 한 목소리로 이 무모한 작전에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자 맥아더는 아주 편안하게 귀관의 의견이 한 목소리로 인천을 반대하는 것을 보니 더더욱 인천이 상륙작전의 적지라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히고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했다. 훗날 그의 회고록에 따르면 인천상륙작전은 작전의 실행보다도 트루먼대통령 브래들리합참의장을 포함하여 주변의 장군들을 설득하기가 더 어려웠다고 고백하는 것을 보면 영웅은 이처럼 난세에 고독한 결정을 스스로 해야 한다.


전시에 고독한 결정을 통해 영웅이 되기도 어렵지만 진짜 영웅은 평시에도 전시를 보고 현상을 고집하는 범인凡人들의 상식에 침투해 있는 선동을 간파하고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공동체에 잠복해 있는 거악의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기 위하여 비상을 실행하여 엄히 경계하는 구국의 결단은 자기 몸을 던지지 않고는 하기 어려운 영웅적 행동이다. 그래서 어쩌면 전시의 영웅보다는 평시의 영웅이 더욱더 귀하디 귀한 것이며 공동체를 살리는 소중한 존재인지도 모른다.


1945년 도쿄만에서 일제의 항복조인을 받아내었던 미주리호가 동해로 발진하여 삼척을 향해 대규모 함포사격을 하였고, 군산과 이리를 공습하여 적을 기만했으며 9월 15일 당일에는 동해 장사상륙작전에 학도병을 투입하여 낙동강 전선의 북한군의 주의를 분산시켰다.


이렇게 D-day 1950년 9월 15일 크로마이트 작전 OPERATION CHROMITE으로 명명된 인천상륙작전을 통해 대한민국의 운명은 180도 바뀌고 기세 좋게 선빵을 날린 북한군에게 유엔군은 저력의 카운터 블로를 날리게 되었다.


크로마이트 작전 OPERATION CHROMITE이라는 인천상륙작전은 1894년 청일전쟁, 1905년 러일전쟁을 거쳐 1945년 9월 8일 일본군 무장해제를 위해 인천에 상륙한 3만의 미군에 이어 더 이상 침략전쟁의 점령군이 아닌 침략된 나라를 구하기 위해 국군이 유엔군과 함께 인천에 상륙한 전쟁사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를 쓴 경이로운 상륙으로서 큰 의의를 지니는 대규모 작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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