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 부정선거가 촉발한 우남으로 대표되는 자유당 세력의 몰락을 보면서 칼로 흥한 자는 반드시 칼로 망한다는 역사의 경구가 이런 경우 해당이 되는지 궁금하다. 역사의 정반합은 한편으로 역설적인 상황을 반복한다. 달이 차면 기울고 청출어람 청어람이 속출하며 구관이 명관이 되기도 하는 민주화와 산업화라는 쌍두마차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국가를 견인하기도 하고 국가를 흥망에 이르게도 하는 번영된 선진국이 되기 위한 선결적 과업이다.
망국의 독립전쟁에서 풍찬노숙하면서 건국의 제헌헌법에 녹아든 우남의 자유 민주주의를 기반으로한 건국은 미국적 민주주의를 대한민국에 이식시킴으로써 민주화의 첫 단추를 끼운 대한민국은 전쟁 중에 영국의 더타임스 기자가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한다는 것은 쓰레기 통에서 장미꽃이 피는 것을 기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악담을 했지만 우남은 민주화라고 하는 장미꽃을 기어이 피우고 그 스스로 민주화의 제물이 되어 사라졌다.
민주주의가 망할 때까지 민주주의를 외친 제2공화국 의원내각제 시기 장면정권의 난맥상을 5.16 쿠데타 세력들이 일거에 제압하고 난 뒤 그들이 바라본 대한민국이 풀어야 할 선결과제는 우남의 민주화에 더해 박정희의 산업화라고 하는 목표를 잡고 국가재건을 시작하는 것이 그들의 소명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1908년 1월생은 대학강단에서 민주주의가 민주주의에 의해 무너지는 아이러니한 세상을 바라보면서 거악의 일제강점기 때 자강하기 위해 스스로 일본 육사로 걸어 들어갔던 동향의 10여 년 후배 박정희가 쿠데타를 일으켜 우남이 그 스스로 이식한 민주화의 원칙 때문에 과감하게 실행하지 못했던 개혁과 국가재건을 위한 산업화의 밑그림을 치밀하고 거침없이 실행하는 모습에서 망국의 독립전쟁에서 순국했던 동갑내기 1908년 6월생 매헌에게 진 빚을 식민지 조선에서 숨죽이며 자강 했던 박정희와 같은 수많은 식민지 청년들의 힘이 드디어 꽃 피우며 갚을 수 있게 된 시대사적 소명을 만났다는 반가움이 쿠데타의 불안감을 잠재우며 동시에 대한민국 번영이라는 미래에 대한 기대로 잠시나마 짜릿한 전율이 물밀듯이 밀려옴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박정희는 권력을 잡자마자 국가를 재건하기 위해 국가재건최고회의라는 초헌법적 기관을 만든다.
군정기간인 1962년 1월 1일 대한민국의 공식 역법이 단기력에서 서기력으로 바뀌었으며 나이셈법 또한 만 나이로 통일되었고 1월 13일 경제기획원은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발표하였다. 1월 16일 제6차 한일회담이 재개되었다.
1962년 6월 10일 통화개혁을 단행하여 구 환율을 10대 1로 축소시켰다. 통화개혁 단행의 이유로는 표면적으로는 부정축재자들의 자금세탁 방지와 함께 민간의 예금을 파악하고 필요에 따라 산업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국유화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갑작스러운 화폐개혁이 일어나자 상업과 금융에 일시 혼란이 발생했으며 특히 화교들의 자본력이 상당한 타격을 입어 다수의 화교들이 한국을 떠나거나 그 주업이 외식업에 국한되었다.
국가재건최고회의는 6월 5일 대한민국 헌법의 일부조항의 효력을 정지하고 민정이양시까지 국가재건최고회의가 국가의 최고통치기관으로 지위를 갖게 하였고, 1962년 7월 16일 최고회의는 헌법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11월 5일 최고회의에서 개헌안을 발의하고 같은 날 공포한다. 그리고 1962년 12월 5일 비상계엄을 경비계엄으로 변경한 뒤 다음날 6일 투표일이 공고됐다. 개헌의 주요 내용은 대통령중심제와 비례대표제 도입이었다.국민투표는 12월 17일 월요일에 실시됐다. 전국 투표율은 85.3%, 유효투표 가운데 찬성률이 80.6%이었고 국민투표를 통해 확정된 개정헌법은 12월 26일 제3공화국 헌법으로 공포되면서 박정희의 쿠데타는 민정이양을 향해 한 발자국을 내딛고 있었다.
1962년 꿩 잡는 매의 역할을 자임한 45세의 박정희는 오천 년 가난을 벗어나 민족번영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난 사람처럼 식민지 한반도 이등신민으로 태어났지만 일제의 심장부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 자강하고 기른 실력을 대한민국 번영에 바칠 생각으로 무슨 일이라도 저지를 준비를 마치고 우남이 계획했고 장면이 실행하고자 그렇게 벼르고 벼른 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시동을 갖가지 난관 속에서도 힘차게 걸었고 동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