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학은 압력과 시간의 학문이다. 지질학이라고 하는 아득한 분야마저도 결국은 우리가 사는 유일한 행성, 지구를 탐구하는 학문이기도 하다. 지구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현상과 사건까지도 압력과 시간의 상관관계로 사유해 보면 광대무변廣大無邊한 우주부터 지구까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단초가 되지 않을까?
이처럼 압력과 시간이 부족한 상태에서 한 국가가 절대가난을 탈출하여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 기울여야 했을 노력의 크기와 의미는 과연 어떤 것이었으며 더구나 개발도상국 탈출의 마감시간까지 정해져 있다는 압박까지 받으면서 시간까지 부족한 마당에서 세상의 중력을 거스르고 선진국 진입의 골든타임을 극복하고 대한민국 산업화의 히든 히어로들이 기어코 달성한 성취를 우리는 압축성장이라는 한마디 단어로 압축하고 있지만 그 성취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그들의 정신세계는 지질학의 압력과 시간을 가지고 어떻게 설명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광대무변廣大無邊 한 것은 아닐까?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세상은 아메리카 합중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두 개의 중국에 둘러싸여 있으며 그 두 개의 중국의 힘이 충돌하는 지점이 한반도라는 사실은 애써 외면하고 싶어도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다. 이러한 지정학적 축복과 저주를 동시에 가지고 세계 패권질서의 험난한 파도를 넘어야 하는 우리들에게 정신이 번쩍 들게 할 사건들이 미합중국과 중국에서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올해 45세(80년생)의 미국 전쟁부 장관 헤그세스와 올해 74세(51년생)의 류사오치(劉少奇, 유소기 중국 제2대 국가주석)의 아들 류위안(劉源, 유원)이 최근에 하고 있는 의미심장한 발언들에서 지금 우리의 처지는 으르렁대고 있는 두 개의 중국이라는 호랑이 등에 올라타야 할 운명에 서 있음을 우리 모두는 절감한다. 퇴로가 없는 한반도의 운명이 기호지세의 그것과 다를 바 없고, 이중구속이라는 죄수의 딜레마에 갇혀 있다는 자각 없이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저주가 축복으로 바뀌는 일도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두 마리 호랑이와 같은 두 개의 중국이 저마다 전의를 불태우고 기강을 다잡는 모습에서 지질학의 압력과 시간의 상관관계가 불현듯 떠오른다. 우월한 힘, 즉 압력으로 도전자의 시간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 버지니아 주 콴티코 해병대 강당에서 800여 명의 미군 장군과 제독, 각 군 최고위 참모들의 군기를 다잡고 국방부를 전쟁부로 바꾸면서 군대의 환골탈태를 역설하며 압박의 강도, 즉 압력을 최대화하고 있는 미국 전쟁부 장관 헤그세스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인민해방군은 국가의 군대, 당의 군대, 인민의 군대이며, 어떤 개인의 사병이 아니다”라면서, “우리 세대가 역사의 이 중요한 순간에 옳은 일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다소 모호하고 은유적이며 등소평의 도광양회韜光養晦를 연상시키는 발언을 하면서 강한 압력에 맞서 시간을 벌고 있는 또 다른 중국의 모습에서 미합중국과 중국이 처한 압력과 시간의 처절한 싸움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고 있는 듯하다.
한가하게 강 건너 불 구경이 아닌 우리 앞마당에서 펼쳐질 압력과 시간이라고 하는 세계 패권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호랑이 등에 올라탈 수도 내려오기도 어려운 곤란한 처지에 놓인 한반도의 엄혹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생이지지, 학이지지, 곤이지지生而知之,學而知之, 困而知之의 지식과 지혜가 필요한 때가 돌아온 느낌이다. 나면서 아는 자, 배워서 아는 자, 고생 고생 끝에 아는 자가 한반도의 미래를 개척하고 한반도의 운명을 저주에서 축복으로 돌릴 수 있다고 끊임없이 희망회로를 반복해서 돌려 본다.
그러나 꿈을 깨고 보는 한반도의 차가운 현실은 매국노들이 국민의 삶과 미래를 송두리째 저당 잡혀 자신의 영달과 안위 만을 도모하기 위해 지록위마指鹿爲馬와 위인설관爲人設官을 넘어서 위인설법爲人設法이라는 후안무치厚顏無恥한 폭거를 서슴없이 자행하는 악세의 빌런들을 만났으니 부국강병은 고사하고 나라의 정체성 마저 뒤흔들리고 있는 것도 엄연한 팩트이다.
부국강병에 여념이 없는 두 개의 중국만 압력과 시간을 앞에 놓고 싸우는 것이 아니다. 미합중국과 중국이라는 두 개의 중국 사이의 최전선 한반도는 지금까지 생이지지生而知之 하고 학이지學而知之하며 곤이지지困而知之까지 마다하지 않았던 산업화의 히든 히어로들이 이 만큼 올려놓은 나라이다.
산업화 영웅들의 피와 땀을 부정하고 무리의 폭리 만을 위해 달려가는 민주화 참칭세력들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뿌리째 뒤흔들고 있다는 자각 없이는 두 개의 중국이라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한반도의 미래는 기호지세의 딜레마는 물론 곤이불학困而不學 민사위하의 民斯爲下矣 라고 곤경을 겪고도 배우지 않으면 어떻게 할 도리가 없어지는 지경에 우리들이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건곤일척의 벼랑 끝에서 광대무변한 지질학의 압력과 시간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의문을 넘어서는 불안이 몰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