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정의 문란과 공동체 파괴

by 윤해


2024.03.01

국가의 흥망성쇠는 기강이 서 있느냐 무너졌느냐에 달려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조선후기 전란을 치르고 중병을 앓고 있는 환자처럼 시름시름 앓다가 일본에게 힘 한번 못쓰고 국권을 넘겨준 조선의 사례도 기강의 해이에 따른 삼정의 문란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국가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국방과 세금문제가 요체다. 사람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초체력을 바탕으로 한 면역력이 요체이듯이 나라도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돌리기 위해서는 적절한 세금부과를 통한 건전한 재정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국방이라는 것도 재정의 확보 없이는 그냥 공염불에 지나지 않음을 역사는 항상 증명한다.

전정, 군정, 환정(환곡) 조선후기 국가멸망의 단초로 작용되었던 삼정의 문란은 우리가 역사를 배울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메뉴다. 그만큼 국가를 운영함에 있어 이 삼정은 알파요 오메가인 셈이다. 국가의 건전한 기풍이 사라지고 가치관의 전도가 일어나 국가발전의 영웅들을 사소한 흠결을 들어 매장하고 삼정의 문란을 가져올 간신들을 왕조국가의 왕 떠받들 듯이 추앙하며 자신들의 이기적인 목적을 위해 탈법적인 수단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법비들의 출현이 나라의 기강을 무너뜨리고 결과적으로 현대판 삼정의 문란으로 달려가게 마련이다.

이 무리들의 해악은 역사가 증명한다. 가치관의 전도, 기강의 해이, 삼정의 문란으로 인한 국가체계의 파괴, 국가멸망의 단계로 나아간다.

일상을 사는 나나 너 그리고 우리는 참 단순하다. 잘 먹고 잘살고 지속가능하고 예측가능한 미래를 위해 제도의 틀 안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분투노력하면서 하루를 살기 위해 허덕이는 소시민적 애국을 하는 한 사람의 국민일 뿐이다. 그런 우리에게 거창한 구호나 가치관은 일종의 사치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재화를 창출하여 가족을 먹여 살리고 나라에 세금을 징수당하는 국민의 가치관이 복잡할 수가 없고 이들은 이념화할 겨를도 여유도 없는 국가 재화창조의 진정한 애국자이며 이념전쟁의 아마추어일 뿐이다.

이에 반해 이념화된 무리들은 밤낮으로 일할 생각이 없이 공동체가 지나온 이력에 집중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느 국가나 공동체도 완벽할 수는 없으며 나라가 건국하고 발전하면서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기도 하고 대의를 위해 불의와 타협하기도 하며 건국초기 국가의 틀을 확립하기 위해 구성원들 일부의 희생과 억압이 수반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넘어서지 않을 수없는 것이다. 다만 그 공동체가 그 아픔의 기억을 공유하며 공감한다면 그 나라나 공동체의 얼은 살아있고 훌륭한 것이다.

그러나 공짜점심에 익숙하고 공동체의 혼란을 틈타 사익을 최대한 추구하려는 세력의 욕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끝없는 욕망과 과거나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을 완벽한 기준을 내세워 공동체의 아픔을 최대한 확대 재생산하면서 그들 무리의 이익을 위한 선동의 재료로 아낌없이 갈아 넣는다. 일종의 프로인 셈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이 역사를 왜곡하고 사건을 확대하여 시대의 아픔을 선점하고 생업에 바쁜 국민들을 갈라 치기 하면서 행동하지 못한 양심에게 가책을 느끼게 하고 그 가책을 원동력으로 국민의 소중한 한 표를 사면서 권력을 획득하여 궁긍적으로 일상을 통해 세금을 내본 적이 별로 없는 삼정의 의무를 행하지 않는 자들이 삼정을 문란케 하여 궁극적으로 세금을 도둑질하며 쓰는 세금의 프로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형태는 국민이라는 모자이크에 녹아 있다. 누가 누구인지 가가 가인지 평소에는 인식도 분별도 힘들다.

그러나 국가나 공동체가 어려움에 봉착할 때 이들의 정체는 서서히 드러난다. 다만 그들은 철저한 위장을 통한 양두구육의 밀가루 바른 손을 가진 늑대 엄마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순진한 아기돼지 삼 형제 중 막내가 지은 튼튼한 벽돌집처럼 공동체를 휘저어 놓으려는 늑대프로의 입김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야 우리가 낸 세금을 지키는 동시에 삼정을 문란케 하는 무리로부터 우리 공동체를 보전하고 지속가능한 나라를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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