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쥐 서울쥐, 세계쥐 그리고 다람쥐

by 윤해


2024.03.02

수도 서울은 나라의 심장이다. 인체에서 으뜸 장기가 심장이듯이 심장은 인체말단의 모세혈관까지 골고루 영양분을 피에 실어 보내 주기 위해 동맥과 정맥을 조율하여 힘찬 박동을 해야만 인체가 활기차게 돌아간다.

힘의 균형이 무너진 결과로 발생하는 전쟁도 승리하기 위해서는 먼저 적의 수도를 공격하여 점령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 즉 수도를 적의 심장부로 보고 심장을 점령해야 이길 수 있다는 어쩌면 당연한 목표점을 향해 모든 화력을 집중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세계사적으로 특이한 나라임에 틀림없다. 삼국통일 이후 도성이 적의 수중에 떨어졌다고 나라가 망한 예가 드물다. 세계 최강 군대 몽골의 침략에 수도 개경이 점령당하고도 강화도로 천도하여 수십 년간 대몽항쟁을 이어온 고려의 끈질김, 임진왜란 때 수도 한양을 왜군에게 속수무책으로 점령당하고도 7년 전쟁을 통해 기어이 왜군을 몰아낸 저력, 가까이는 6.25 전쟁에서 3일 만에 수도 서울을 뺏기고 낙동강까지 몰렸던 신생 대한민국이 유엔군의 도움으로 인천상륙작전을 통해 서울수복을 하고 단숨에 북한의 수도 평양을 돌파하여 한반도 통일을 눈앞에 두고 중공군의 개입으로 다시 수도 서울을 뺏기고 또 수복하는 전쟁의 양상은 수도를 함락하면 전쟁의 승패가 갈리는 일반적인 전쟁사에서는 드물고도 특이하다.

오랜 평화는 중앙집권을 공고히 한다. 전쟁은 일시에 중앙을 궤멸시키고 사람과 재화를 지방으로 분산시킨다.

한반도는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존하는 지역이다. 그만큼 큰 전란이 많은 곳이라는 이야기다.

이 전란 속에서 우리 조상들은 서울에 남느냐 지방으로 은거하느냐의 기로에 놓였고 이 공간의 선택이 그 이후의 삶을 갈랐다.

말 그대로 이솝우화의 서울쥐가 되어 화려하고 으리으리한 곳에서 마음 졸이고 눈치 보면서 맛난 케이크를 먹느냐 소박하고 공기 좋은 곳에서 맘 편하게 거칠고 질긴 음식으로 살아가느냐의 선택이 때로는 자발적으로 때로는 폭력적 강압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한세대전 북한의 남침으로 서울의 인재들을 한순간에 지방으로 분산시켜 서울쥐와 시골쥐를 만나게 했고 전쟁은 정전이라는 이름으로 서울쥐를 시골쥐와 뒤섞어 지방에 자리 잡게 하였다.

시골로 피난온 서울쥐의 영향에 힙입어 세대를 너머 시골쥐의 서울로의 집중이 수도권 과밀을 낳았고 그 과밀화된 서울로 전쟁이 아닌 가난을 피해 역피난을 온 시골쥐 덕분에 한강의 기적은 완성된 것 아닐까?

이제 어엿한 서울쥐로 신분 세탁된 시골쥐의 상경스토리가 그대로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고 글로벌화된 세상을 만나 거침없이 좌충우돌 분투노력하여 드디어 세계쥐로까지 변모하여 지구 곳곳이 좁다고 누비고 다닌 성적표가 바로 지금 우리의 모습이다.

역사는 돌고 돌아 초과밀된 서울에서 시골쥐에서 서울쥐를 거쳐 세계쥐까지 거침없이 달려왔지만 여전히 우리는 외양은 몰라볼 정도로 달라졌지만 마음은 두고 온 고향의 자유로움과 편안함을 그리워한다.

한편으로 시골쥐에서 서울쥐도 아니고 세계쥐까지 달려온 우리의 일상은 거대한 글로벌 세상에서 열심히 챗바퀴를 돌리는 다람쥐는 아닐까 의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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