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굴 보살피는 걸까

by 이곰

많이 아팠다.

독감으로 추정되는 감기였다.


약을 먹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나는 집에 있던 종합 감기약을 증상이 심할 때만 먹고, 레몬과 생강즙, 꿀을 섞어 마시며 일주일을 보냈다. 그 와중에도 식집사의 물시중은 멈출 수 없었다. 부모님이 아이를 키울 때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몸살기가 심해져 세포 하나하나가 쑤시고 아픈데도 겉흙이 마른 친구들에게 습도계를 꽂아 상태를 살피고, 화장실로 옮기기 시작했다. 하루 전에 염소를 빼두려고 미리 받아둔 수도물이 큰 대야와 작은 대야에 가득 담겨있다.


이렇게 아픈데 내가 지금 뭐 하는 짓인가 싶다가도, 물을 주다 보면 그런 생각이 금세 사라진다. 어느 순간 나는 친구들을 가만히 보고 있다.


양육과 돌봄은 인간의 본성이라는 문장을 읽은 적이 있다. 부모에게 자식이란 존재는 때론 삶의 무게가 되지만, 동시에 살아갈 힘을 주는 존재라는 말.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지만, 이상하게도 고개는 바로 끄덕여졌다.


몸이 아파도 물시중을 들고, 잎에 분무질을 하고, 시든 잎이 있으면 정리해 준다. 키우는 식물 중에 고사리가 많아 고사리 순을 자주 발견하게 되는데, 끝이 동그랗게 말린 조그만 순을 보는 순간 마음이 환해진다.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문득 기대하게 된다. 내일은 또 얼마나 자라 있을까.


식물들에게 물을 주다 보니 침대에만 널브러져 있지 않고, 느릿느릿 집안일도 하나둘 해 나갔다. 몸을 움직이니 배가 고파졌고, 덕분에 식사도 비교적 잘 챙겨 먹을 수 있었다.


예전에 독감에 걸렸을 때는 식사를 거의 못 해 회복이 더뎠고, 보름 넘게 고생하며 살도 꽤 빠졌던 기억이 있다. 이번엔 식물을 돌본다는 핑계로 몸을 움직였고, 그 덕에 내 식사도 지킬 수 있었다.


소파에 누워 친구들을 정말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이 친구를 봤다가, 저 친구를 봤다가, 또 다른 친구를 바라보다가.

식멍을 하다 보면 생각이 멈춘다. 아주 잠깐이라도 지금 이 순간에 머물러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나의 갱년기가 이 친구들 덕분에 그럭저럭 수월하게 지나가고 있는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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