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텍사스 부뚜막 Sep 06. 2023

아메리카노 좋아? 좋아! 좋아.


인생도 업그레이드 되는 건가?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 찬, 조금 빠른 발걸음으로 입꼬리를 살짝 올려 미소를 지으며 비행기 탑승구 게이트를 지나  비즈니스석에 앉았다. 주재원 비자를 받아 먼저 미국으로 들어간 남편의 배려로 회사에서 가족에게 제공해 주는 이코노미석 티켓을 남편이 출장 다니며 모은 마일리지로 업그레이드시켜 줬다

"다른 건 일반석과 별 차이 없는데 식사할 때 하얀 테이블보를 두 장을 줄 거야! 하나는 테이블에 까는 용도이고 하나는 무릎에 얹어서 입도 닦고 그러는 냅킨이야. 그런데 난 두 장 다 무릎에 얹어 놓고 밥을 먹었어. 승무원이 괜찮냐고 물었는데 다시 테이블에 깔 용기가 없어서 그냥 먹었어" 나름 세련돼 보이는 와이프가 비즈니스 처음 타는 촌닭티를 내는 게 싫었나 보다

20여 년 전 비즈니스석은 '와우~'하는 느낌이 전해 올 만큼 특별히 괜찮지는 않았다. 좌석이 우등 고속버스처럼 조금 큰 것과 좌석에 앉자마자 일반석 승객들이 탑승하는 동안 마실 수 있는 샴페인 또는 음료를 제공해 준 것, 식사가 사기그릇에 제공된다는 것, 비닐에 달랑 하나 들어 있는 모닝롤이 아니라 대나무 바구니에 하얀 냅킨으로 덮은 따뜻한 빵을 서빙해 준다는 것 정도?

일반석의 2배가량의 금액을 주고 앉을 만큼 흡족스러운 뭔가는 없었다.

기대하고 실망하고.. 기대치를 줄이는 법을 몰랐던 나이였다 그땐



설렘이 주는 긴장감을 즐기다


몇 좌석 되지 않는 비즈니스석 승객 중 내가 가장 젊었다. 벌써 21년 전 일이니, 그땐  지금보다 꽤 괜찮지 않았을까? 비행기 탑승구를 들어서는 순간부터 나를 향해 쏠리는 여러 개의 눈동자를 느낄 수 있었다. 편안한 공항패션과는 거리가 먼 타이트 한 올 블랙 차림에 도도해 보이는 젊은 여자 혼자 비즈니스 석에 탑승했으니..

딸들의 패션에  너그러우셨던 아빠, 톡톡 튀는 복장을 응원해 준 남자 친구를 만났기에 이런 시선쯤이야 늘 익숙했다. 옆좌석에 탑승하신 어르신께는 의자 조정법, TV 사용법 등을 자세히 설명해 드린 승무원이 내겐 별다른 설명도 없이 "기기사용 불편 없으시죠~"하고 물어본다. "네에~..."라고 얼떨결에 대답했다. 태평양을 건너는 장거리 비행의 비즈니스 탑승은 처음이었는데 너무나 뻔뻔하게 다 아는 척(?) 했다.

엄마, 언니, 친한 친구들 하나 없는, 아는 사람이라곤 오직  남편만 있는 하늘 아래에 살러 간다는 묘한 설렘에 14시간의 비행 내내, 잠을 이루지 못했다.

비즈니스석에 앉아 가는 미국. 그곳에서의 삶도 그럴 거라 생각했다.

그땐 그랬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