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한 아빠

by 은조

내가 보고 싶은 형상으로만 바라보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내가 본 바 가족의 울타리에서 가정의 평화를 담당하는 1순위는, 바로 아빠라는 존재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만 해도 나에게 아빠는 없었다.

내가 두 살 때, 이제 막 어설프게 걸음마를 하던 때 부모님의 이혼으로 나는 8살 차이 오빠와 엄마랑 셋이 살게 되었다.

그땐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아빠라는 존재가 막연히 그리웠고 그리움은 아빠라는 두 글자만 들어도 눈물이 쏟아지는 형태로 나타났다.


그러다 초등학교 4학년이 지나고 갑작스레 엄마는 재혼이라는 걸 했고 하루아침에 나도 아빠라는 존재가 생겨났다.

새아빠-


신기하게도?! 더 이상 나는 아빠라는 두 글자에 눈물이 쏟아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아빠라는 존재가 곁에 있다고 꼭 행복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내가 느낀 아빠라는 존재의 역할은 독불장군처럼 강압적이고 명령처럼 지시를 내리며 같이 있으면 부담스럽고 두려웠고 상당히 어색한 존재. 그리고 한순간에 분위기를 좌지우지하는 존재. 그런 존재로 다가왔다.


행복하지 않았다. 분명 엄마랑 오빠랑 셋이 살 때는 아빠가 없었지만 행복했는데 막상 아빠가 생긴 뒤엔 아빠가 생겼지만 행복하지 않은 것이다.


그땐 이유도 모르고 참 이상하다고만 생각하며 냈는데

조금씩 커가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중학생교 때 친한 친구의 집을 놀러 가게 되면서 친구의 아빠를 만나면서 말이다. 그 집은 일반적인 가정이었다.


엄마가 오히려 큰 소리를 내면 냈지 그래도 친구의 아빠는

큰 소리 한번 내지 않고 허허, 하하 하며 받아주는 것이다.

그 상황은 단순히 딸의 친구가 있다고 가식을 떨며 보이는 모습이 아니란 것이 느껴질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당시 우리 집에서 절대 볼 수 없었던 광경을 목격하면서 이상하면서도 굉장히 신기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러면서 나의 남편은 꼭, 자식에게 무해한 사람으로 가족의 평화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을 만날 것이라고 스스로 다짐했다.


황남편과 결혼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든 것도 그 다짐의 결과였다. 아이들에게, 가족에게 어떻게든 행복을 안겨줄 사람이라는 것이 눈에 선하게 보이기까지 했으니까-


정말 나는 내가 생각하고 꿈꿨던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비록 작은 평수, 아파트 전세에 살고 있고 돈을 많이 벌지도 못하는 상황이지만 바닥부터 시작해 이만큼 성장해 나아갈 수 있었던 건 희망적인 남편이라는 존재 덕분이었다.

살면서 돈이 아주 아주 중요하지만 돈만큼 가정의 평화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각자 생각하는 차이는 있겠지만 적어도 나에겐 말이다-


이 모든 평화의 결과물은 전적으로 황남편 존재의 역할 덕분이다.


하하, 호호, 하는 아빠에게 꼬장을 부리는 아이들이지만 아이들 마음속에 아빠라는 존재는 세상 제일 강한 사람 듬직한 사람 조건 없이 본인들을 사랑해 주는 사람 자신들을 위해 모든 것을 다 해줄 수 있는 존재라고 자리 잡혀 있다는 걸 확신이 담긴 행동이라는 것을 황남편도 나도 알고 있다.


이런 존재를 아빠로 두고 있다는 게 정말 부러울 따름이다.

가끔 아니고 매일이 부럽고 순간순간 다행이다 싶다.

이런 존재가 내 아이들의 아빠라는 게, 그리고 나의 남편이라는 게. 우리가 가족의 울타리 안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