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를 합시다

올라가는 레벨업

by 은조

나는 사람들의 얼굴을 잘 기억하는 편이다. 그것도 아주 잘-

한 두 번 마주치게 되면 어디서 봤는지 어떤 상황이었는지까지 아주 세세한 것들까지 기억을 해낸다. 그래서 종종 황남편은 지나가는 사람을 보고 누구였지? 라며 물을 때면 나는 막힘없이 술술술 이야기를 해주곤 하는데, 좋은 거 같지만 때론 안 좋은 것은 거의 대부분 나만 기억을 하고 상대방은 기억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들이나, 딸 친구 엄마들이랑 애들 있을 때 같이

인사 나눴으면 다음번에 애들 없이 지나가다 길에서 만나게 되더라도 나는 누구 엄마인지 알고 있지만 상대방은 나를 모르는 상황이라 인사를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게 되는 것이다.


이걸 읽는 분들 중 그냥 인사하고 누구냐고 물으면 누구누구라고 말하면 되지 않나?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나는 그 멋쩍음이 싫은 것이다. 워낙 낯을 거리고 내성적이 성격이라 먼저 선뜻 나서지를 못하는 것도 있지만 내가 인사함으로써 상대방이 당황스러우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일단 나의 행동을 잡아준다.


왜 이렇게 아는 얼굴들은 멀리서도 잘 보이는지,, 평소 길에서 인사하는 사이라도 상대방이 나를 못 본 거 같으면 그냥 지나칠 때도 많고 그 순간은 편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지나치고 나서 끝이 아니라는 것. 그 후에 그 사람이 나를 봤을까?부터 별별 드는 생각에 기분마저 찝찝함으로 가득 찬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만 알고 있는 느낌이 들 때는 인사하기는 포기하고아예 아는 척을 안 하는 걸 선택한 것이다.


못 본 척, 모르는 척, 안 보이는 척

그 후에 기분이 찝찝하지만 그건 나만의 감정이라 스스로 해결하면 되지만 상대방과 일어나는 어색함 혹은 찝찝함의 감정은 해결하기가 쉽지 않고 그 기분의 여파가 오래가니 혼자만의 해결방법을 고안해 냈다.


그냥 이렇게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도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 그 둘이 나타나기 전까진-


연애 때부터 조금 나와 다르다곤 생각했지만 계속해서 살아가다 보니 조금이 아닌 아주- 아주- 나와는 다른 분류의 사람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리게 되었다. 동네에서 10년째 자영업을 하는 것이 영향이 끼치기도 하겠지만 황남편은 지나가다 응? 하는 사람들에게 다 인사를 건넨다.


자신이 아는 사람, 자신만 아는 사람도,, 그렇기에 내가 느끼고 싶지 않아 하는 그 멋쩍함을 경험하는 경우도 수두룩 했다


거기다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자신이 그 사람을 알아봤다면

굳이 그곳까지 가서 기어코 인사를 하고 지나간다는 것이다


어느 날은 밖에 음식점에서 밥을 먹는데 갑자기 그곳 사장님이 본인 초등학교 때 친구인 거 같다며 다가가서 이야기를 하는 것. 사장님은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셨지만 본인은 계속해서 맞는 거 같다고 그랬는었는데 알고 보니 후에 그 사장님이 다른 친구에게 황남편을 봤다고 이야기를 한 것이다.


그 후의 이야기를 듣고 혹시 내가 인사를 건네었을 때 인사를 하기 싫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만 하던 마음이 확신이 되어 어설픈 상황에선 더욱더 인사를 하지 않게 되었다.


어떻게든 아는 체를 하는 황남편은 그런 부분에선 정말 나랑 안 맞는다, 생각하며 여러 느낌으로 대단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내가 도저히 따라갈 수 있는 감정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었는데,


여기, 따라갈 수 없는 감정의 사람이 또 나타났다.

바로 우리 아들이다. 아들은 황남편의 작은 버전이라고 할까,

지나가는 친구는 물론이고 멀리서도 부르며 상대방이 있는 곳으로 가며 심지어 아예 시골에서 모르는 사람을 만나도

1초 만에 아는 사람처럼 말을 걸며 대화를 하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자연스럽게-


그런 부분에서 아들은 나와 맞지 않았지만 아빠의 상황 속 행동을 보며 더 우러러 생각하는 것이 느껴졌다.

어딜 가나 아는 사람이 있고 어딜 가나 한 명이라도 아는 사람을 만나 반갑게 인사하는 아빠를 보며 말이다.


이 둘을 보고 있으니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왜?

답은 금방 나오지 않았지만 나는 알아냈다. 그동안 내성적이라고 포장지에 꽁꽁 둘러싸놓고 숨어 회피 아닌 회피를 하고 있던 것이다. 스스로에게 그런 답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았다. 숨어서 회피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니-


그래서 나는 일부러 인사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신경 써서 연습하기 시작했다. 첫 시작은 아침마다 만나는 경비 아저씨부터 시작되었다. 길 가다가 눈이 마주치면 인사를 했지만 가까이에 있더라도 등을 돌리고 계시면 굳이 내가 먼저 인사하며 지나가진 않았었는데 결심의 마음을 다진 뒤 시작하고 나선 뒤 돌고 계셔도 앞으로 가서 인사드리고 경비실에서 나오고 계셔도 모습이 보이면 인사드렸다.


그렇게 차근차근 인사를 목표로 시작하니 눈이 마주칠까 아래쪽으로 향해있던 내 눈이 정면을 향하기 시작했고, 아들 친구인 아이에게 인사를 했는데 누구지? 하는 표정에도 기죽지 않고 누구 엄마라고 말할 수 있게 되며 스스로가 조금씩 레벨업 되고 있음이 느껴졌다.


물론 아직도 멀리서부터 아는 얼굴이 보이고 가까워지고 인사하기 직전까진 어색하고 뻘쭘하여 핸드폰 하는 척을 할까 못 본 척 고개를 돌리고 갈까 하는 많은 생각들이 가득 차지만 뒤에 느껴질 찝찝함을 생각하노라면 그냥 눈 딱 감고 인사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빠르게 들어 인사를 하고 지나간다.


그렇게 인사를 하고 지나가면 묘한 쾌감이 느껴진다.

스스로와의 약속을 잘 지켜냈고 자신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으며 그렇게 점점 레벨이 업업 성장하고 있음을 기분 좋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인사에 중점을 두고 살아가보니 인사란, 단순히 아는 척하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황남편이 그렇게 굳이 인사를 하고 다니는 이유를 이제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인사는 척이 아니었다. 눈을 보며 건네는 인사는 보이지 않는 진심의 마음을 전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