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힘?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에 따라 매우 다르겠지만 나는 눈물이 아주 많은 편이다. 많아도 아주 많은 편인데 생각해 보면 우리 엄마, 아빠, 오빠 전부 눈물이 많다. 눈물이 흐르는 순간과 느끼는 감정들은 다 달랐지만 말이다.
어떤 상황들이었나 지금 머릿속으로 쭉 떠올려보니 우리 엄마는 주로 힘든 상황에서 눈물을 많이 흘렸다. 힘든 상황이 생기고 감당해야 하는 무게가 버거울 때 눈물을 흘림으로써 떠내려가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그런 눈물이 아니었을까?
우리 아빠는 십몇 년 만의 만난 첫 만남에 자신의 잘못으로 엄마와 이혼을 했으며 우리를 힘들게 했다며 스스로를 탓하고 미안하다는 말만을 반복하며 미안함의 눈물을 흘렸다.
우리 오빠는 서러울 때 억울할 때 분노할 때 눈물을 흘리는 편이었다. 특히 사춘기 시절에 눈물을 많이 보였는데 그때에 나는 툭하면 우는 오빠를 보며 너무 많이 우는 거 아닌가 생각 들었는데 그땐 몰랐지만 그때 우리 오빤 정말 많이 힘들었던 것이다. 이제 그걸 알게 되었고 몇십 년이 지난 일이지만 어제 일처럼 마음이 너무 저리다.
엄마, 아빠, 오빠의 세세한 감정을 다 모아 논듯 그만큼 작은 감정임에도 나는 눈물을 많이 흘린다. 그것도 많이-
반면, 나와는 참 다르게도 황남편은 눈물의 감정에선 다소 멀리 떨어진 사람이며 그의 눈물을 본 적은 10년을 함께 살면서도 지금까지 두 번? 정도였다. 그마저도 한 번은 눈에 눈물만 가득 찼던 정도이며 나머지 한 번은 시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때 장례식장에서,, 그뿐이었다.
처음, 황남편 입장에선 자신과는 다르게 툭하면 감정이 건드려져 눈물을 흘리는 나를 보고 있으면 적잖이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그래서 초반의 반응은 내가 흐르는 눈물에 마음 아파하는 뉘앙스를 취했다면 지금은 또?라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조금 마음에 안 들긴 하지만 자연스러운 반응이라 생각하며 그래야 나에게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도 인정하는 바라 굳이 짚고 넘어가진 않으려고 한다.
그나마 점점 나이를 먹어갈수록 눈물 흐르는 횟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이 드는 요즘.
나의 눈물 감정샘을 우리 아들이 바통터치 했나 보다.
사실, 갑자기는 아니고 우리 아들은 어렸을 때부터 눈물이 많았다. 울 때면 혼자 세상 서러움을 다 진 듯 정말 펑펑 울고 있기에 그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그 울음과 소리와 표정이 생생하게 생각난다. 그러나 그렇게 서럽게 울다가도 신기하게도 조금씩 지나면서 자기 자신이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는 것이다.
보통 화가 나서든 서운해서든 울고 나서 바로 감정을 회복한다는 것이 어른인 나도 정말 쉽지 않은 행동이라고 생각하는데 우리 아들은 정말 뒤끝 하나 없이 다시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오며 굵은 눈물한방으로 감정을 깨끗이 떠내려 보내는 것이다.
그런 아들을 보고 있으면 내 아들이지만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감정을 이렇게 표현하고 푸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그런 모습에 크게 아들에게 잔소리를 쏟아내지 않았었는데 이제는 이런 생각을 바꾸도록 함께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집에서야 나와 남편이 아이의 성향을 잘 알고 있으니 받아주면 되는 것이지만 학교나 학원에서 선생님들이 이 아이만을 기다려 줄 수 없을뿐더러 성향을 깊게 알기 쉽지 않으니 말이다.
그렇게 완벽주의 아들은 어느 순간부터 영어시험을 잘 못 보거나 마음에 불편한 감정이 느껴질 때면 말로 표현하지 않고 혼자 울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보이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내 마음에 위안이 든 건 학교에선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다는 것이다.
주로 학원에서 일어나는데, 며칠 전 나의 퇴근 시간과 아들의 피아노 학원 끝날 시간이 겹쳐 집에 가는 길에 피아노 학원으로 갔다. 당연히 피아노를 치든 이론공부를 하고 있을 거라고 상상했던 모습은 없고 아들이 레슨 방 문 바닥에 주저앉아있는 것이다.
그 모습만 봐도 고집을 부리고 있구나 딱 상황이 짐작되었다.
선생님껜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단호하게 아들을 데리고 나왔다. 처음엔 달래도 보고 호통도 쳐보도 부탁도 해보고 협박도 해봤고 그러면서 점점 나의 마음은 단단해지며 효과적인 소통의 방법 또한 익혀며 바꿔 나갔다.
같이 나란히 집을 향해 걸으며 아들에게 나지막이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나는 달라졌다 하지만 아들은 예나 지금이나 자신이 있었던 일에 대해서 구구절절 이야기 하지 않는다.
한마디 하면 내가 거기서 몇 가지를 더 묻곤 끝나는 이야기들
뿐이다. 그 순간 내가 기분이 안 좋아졌던 이유는 그리고 이렇게 나타내는 감정 표현을 바꿔야 한다고 느꼈던 이유는
아들이 울고 고집부리며 바닥에 앉아있는 걸 본 순간 내가 든 생각이 무슨 일이지?라고 걱정을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 아닌, 또 저러고 있구나라는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는 것이다
엄마인 나도 그런 생각이 드는데 타인이 본다면 얼마나 골칫덩이로 생각이 들까 그렇게 느낄까 생각 드니 당장 혼을 내서라도 고쳐주고 싶었지만 거기서 내가 잘한 게 하나 있다면 아이를 몰아가지 않고 그 어느 때 보다도 차분히 어느 순간보다도 차분히 이야기를 나눴다는 것이다.
참, 말귀를 잘 알아듣는 아들, 어차피 한 번에 바꿀 있는 행동은 아니란 걸 알고 있지만 나의 마음을 받아드려 바꾸고자 결심하는 마음이 담긴 새카만 눈동자를 보고 있으니 앞에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렇게 시간은 잘도 흘러 며칠 뒤, 학원에서 끝난 아들은 피아노 학원으로 바로 가야 하는데 학교 놀이터에서 조금 놀고 가겠다고 문자가 온 것이다. 방과후 하는 친한 친구랑 놀고 싶어 한다는 걸 알기에 너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딱, 20분 정도 놀고 가라고 했고 알겠다던 아들은 조금 뒤 그 친구는 자기가 가야 하는 시간에 방과 후가 끝난다는 연락이 왔다.
조금 더 놀면 안 되냐고 하길래 알겠다고 했는데 어른들도 쉽지 않은 시간 조절, 노는데 집중된 아들에게도 시간은 지켜지지 않았고 학원 선생님의 아직 오지 않았다는 문자에 바로
전화를 걸어 내 목소리 중 가장 낮은음으로 안 가냐고 물으니 화들짝 놀라 전화를 받고 나서 바로 학원으로 갔다.
놀다가 학원에 늦게 간 터라 그날도 나의 퇴근시간과 아들 끝날 시간이 맞물려 학원으로 슬쩍 걸어갔다. 걸어가면서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오늘도? 오늘은?
은근히 떨리는 마음으로 슬쩍 들여다보니 소파에 앉아 리코더를 불고 있었다. 선생님은 나를 보며 아들의 칭찬을 해주셨다
그 소리에 아들은 멋쩍은 표정을 짓곤 리코더를 열심히 불었고 정해진 만큼 마무리하고 나와 손잡고 집으로 걸어 올라오며 아들에게 칭찬을 해주었다.
정말 고단했던 날이었다. 몸도 마음도 지쳐 시간은 안 가고 집에 가서 눕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 들던 그런 하루였다.
무거운 다리를 끌고 걸어가면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눕고만 싶던 그런 날이었다
그런 날이었지만 아들의 손을 잡고 집에 도착하자 없던 힘이 생겨나 집안일이며 화장실청소까지 마무리하고 개운하게 침대에 누워 달콤한 잠에 빠져 들 수 있었다.
이게 바로 아들의 힘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