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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를리너 Oct 29. 2024

유니스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유니스의 정원' 방문기

10월의 마지막 주입니다.

온통 뜨거움에 덴 여름 때문인지, 아쉬움보다 선선한 가을에 대한 반가움이 컸습니다.

10월엔 가족 행사와 더불어 만학도의 시험 기간이 겹쳐 정신없이 보냈습니다.

거실의 식물들은 가지치기를 못 해 사방팔방 팔을 뻗고 있습니다. 손질하지 못한 제 머리칼처럼요. 식물을 돌보는 것은 나를 돌보는 것이란 말이 떠오릅니다.     

지난 주말엔 가을을 맛보려고 마음먹었습니다. 발이 묶여 멀리 단풍 구경을 갈 수 없었습니다.      

제가 사는 곳 안산에는 제법 큰 규모의 식물원 카페가 있습니다.

‘유니스의 정원’이라는 곳입니다. 1975년 산벚나무, 단풍나무, 실향나무 묘목을 심었던 곳이 숲을 이루고, 2005년 박물관 승인되었습니다. 2017년 국립 수목원이 지정한 ‘가보고 싶은 정원 100’에 수록되었다네요.     

10분쯤 좁은 시골길을 진입하면 카페가 보입니다. 위치가 도심과 떨어져 주차 공간이 넓습니다. 숲에 발을 내딛는 순간 코를 톡 자극하는 나무 냄새가 온몸에 퍼집니다. 압박감과 수면장애로 생긴 두통이 거짓말처럼 사라집니다.

이곳 토끼는 문다고 하니 조심하세요!

새집이 아기자기 모여있는 모습을 보니 반갑습니다. 나무는 새와 토끼 인간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네요.     

숲길을 따라 올라가면 야외에 여유롭게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마침 장 줄리앙의 아시아 최초 식물원 전시 <식물의 학생들> 전시품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장 줄리앙은 프랑스 일러스트레이터인데, 한국과 다양한 협업을 많이 했네요. 이니스프리와도요. 재미있는 캐릭터가 인상 깊었는데, 주로 코미디 프로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합니다.

식물을 포근히 감싸 안고, 자연스레 어우러진 그의 전시품들이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맛있는 베이커리도 지나칠 수 없습니다.     

내부엔 평소 보기 힘든 식물들이 각기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식물의 이름을 알게 되면, 마음의 부자가 된 것 같은 기분입니다. 무용한 것에서 위로를 얻는다고 할까요. 세상엔 온통 쓸모 있는 것들만 빛을 받고 있으니까요.      

짧은 가을을 즐기기엔 밤도 충분합니다.

유니스의 밤을 보기 위해, 다음 날 저녁에 들렀습니다. 1층 베이커리 카페 옆, 벤치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여린 달빛이 우리를 감싸주었고, 알싸한 가을밤 냄새는 코를 간지럽힙니다.

숲과 동물 예술이 사이좋게 모여있는 곳.

유니스의 밤에서 짙은 가을을 느껴보면 어떨까요?     


참조:

http://eunicesgarden.com/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6201402&cid=42856&categoryId=42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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