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지 않고 멀리 가기 위해서
나는 오래전 수영장의 계단을 떠올린다.
그때 나는 토끼의 마음에서 거북이의 마음으로
조금씩 옮겨가고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 아이는 YMCA 수영 수업을 다녔다.
레벨 1부터 6까지 올라가는 과정이었다.
함께 시작한 아이들은 하나둘씩 진급했고,
1년쯤 지나자 거의 모두 졸업했다.
그런데 우리 아이는
마지막에서 두 번째 레벨에 오래 머물러 있었다.
6개월이 지나도, 또 시간이 흘러도 그대로였다.
“수영 그만둘래?”
물으면 아이는 늘 대답했다.
“아니, 재밌어.”
그 아이는 수영을 배우러 가는 것 같지 않았다.
물에서 놀러 가는 아이 같았다.
나는 높은 계단 위에 앉아
얼마나 빨리 배우는 지보다
얼마나 즐겁게 노는지를 보게 되었다.
학교 수업이었다면
아마 재촉했을 것이다.
“다른 애들은 다 올라갔어.”
“조금 더 열심히 해.”
하지만 이것은
우리가 선택한 활동이었다.
데려다주고,
기다리고,
다시 데려오고.
그 시간을 반복하며
나는 아이의 속도를
조금씩 배우고 있었다.
어느 날 선생님이 말했다.
“다음 레벨로 올려도 될 것 같아요.”
그리고 그다음 단계에 올라가자마자
아이는 금세 마지막 코스를 통과했다.
오래 걸릴 줄 알았던 마지막은
오히려 가볍게 지나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이가 말했다.
“엄마, 내가 좀 오래 걸렸지?”
알고 있었다.
자기 속도를.
나는 더 말하지 않았다.
문득
토끼와 거북이를 생각한다.
토끼는 빠르게 달리고,
피곤하면 잠들고,
다시 일어나 또 달리면 된다.
거북이는 애초에
빠르게 달리도록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다.
천천히,
자기 체형대로,
자기 호흡대로 간다.
경쟁이라는 말만 내려놓으면
누가 먼저 도착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각자 도착했을 때의 기쁨은
각자의 것이다.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고유한 속도와 리듬이 있을까.
처음에 천천히 가더라도
자기 시간이 오면
에너지를 집중해서 쓸 줄 아는 힘.
만약 거북이 같은 아이가 있다면
엄마와 아빠도
조금 거북이처럼 걸어보면 어떨까.
경쟁이라는 단어를 내려놓고,
속도를 비교하지 않고,
그저 함께 걷는 것.
지치지 않고
멀리 가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