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가 작품이 들어와야 연기를 할 수 있듯이
상담자도 케이스가 들어와야 상담을 할 수 있다.
상담이론과 기법을 수업과 전공서적에서 배우지만
내담자야말로 살아있는 교과서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내담자는 귀한 손님이다.
의미 있는 대화를 넘어서
치료를 원한다.
내담자에게 전문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
내담자가 말없이 한 줄의 눈물을 또르르 흘릴 때
오랜 시간 고통받아온 문제가 뭔지 이해하고 싶다.
한 번이라도 내담자에게 와닿고 싶다.
지난 회기 때 내담자가 마음의 문을 연 것 같은 찌르르한 연결감이 반갑고 기뻤다.
그런데 다음 회기에서 흐려진 눈망울로
"별로 생각이 없어요."
"모르겠어요."
대답하는 내담자를 보며 조바심이 난다.
이제 2번 남았는데 '상담했다'에서 그칠까 봐.
내담자에 대한 가설을 전하고 어떤지 물었다.
"퍼즐이 맞춰지는 것 같아요."
기분이 가라앉는다.
퍼즐 맞추고 끝날 상담을 난 원하지 않는다.
내담자가 상담장면이 안전하다고 느껴지지 않아서인지
자신의 감정을 마주할 여력이 없는 건지
아니면 상담자인 나의 접근이 미숙하기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서인지 물음표가 떠다닌다.
찔끔찔끔 보여주는 거 감질나요.
활짝 열고 보여주세요.
오랜 시간 고통받아온 그것이 뭔지 꺼내주세요.
기분 좋은 햇살을 쬐듯이 당신이 뽀송뽀송해지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