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상큼 Aug 24. 2023

시골 작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너희들은 좋겠다

1학년 입학생과 3학년 전학생의 첫 등굣길은 분주했다. 학교까지 거리는 12km, 운전한 지 7년이나 되었지만 운전대 잡는 것은 여전히 무섭고 떨린다. 1학년 아이의 입학식 시간은 첫째 아이 등교시간 보다 한 시간 삼십 분이나  늦었지만, 다시 집으로 올 시간적 여유도, 그 길을 왕복으로 운전할 마음의 여유도 없어서 다 같이 집을 나섰다. 아는 길이지만 혹시 다른 길로 들어설까 내비게이션을 켜고 7번 국도로 들어섰다. 출근 시간과 맞물려서 도로에 생각보다 차가 많았다. 신호 1번 이상 걸려본 적이 없는데, 3번이나 걸리다니 믿을 수 없었다. 후회해도 소용없는 등교 첫날이었다.

부지런히 도착한 학교. 전학 첫날, 첫째 아이는 기대도 되고 긴장도 된다고 했다. 자기소개는 어떻게 할지, 학교에 도착해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걱정하며 차에서 내렸는데 멀리서부터 한 선생님이 첫째 아이의 이름을 반갑게 불러서 맞이해 주셨다. 잘 왔다고 환영한다는 말과 함께. 선생님과 함께 학교로 들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내 마음도 놓였다.

입학식하러 뛰어가는 아이들의 뒷모습

둘째 아이의 입학식은 뭉클하고 감동적이었다. 코로나로 입학식도 못한 첫째 아이와는 다르게 코로나 확진자 17만 시대에도 마스크를 쓰고 가족들도 함께 입학식에 참여할 수 있었다. 13명의 아이들의 이름을 모두 불러주고, 학교에서 준비한 선물과 장학금을 주셨다. 1학년 교실에는  ‘모두 다 꽃이야’ 메시지가 있었고, 부모들은 1학년 담임 선생님께서 직접 고른 ‘야누시 코르차크의 아이들’ 책을 선물 받았다. 2학년부터 6학년까지 아이들 모두 나와 복도와 계단에 서서 1학년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하이파이브를 하며 환영해 주었다. 여전히 감격스럽고 소중한 장면들로 기억되는 순간들이다.


전교생이 70여 명인 작은 학교라 한 학년에 한 개의 반뿐이다. 지지고 볶고, 좋아도 싫어도 6년을 함께 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이들이 오랜 시간을 함께 해야 하지만 어디서나 그렇듯이 관계가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다툼이나 갈등이 있을 때 아이들은 반에서 다모임을 해서 해결한다고 한다. 모든 일이 다 속시원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의견과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고 해결 방안을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다.  1학년부터 6학년아이들과 선생님들이 모여 한 달에 두 번 다모임이라는 이름으로 회의를 하는데 핸드폰 사용규칙을 정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으로 채식급식을 한 달에 몇 번 할지도 투표를 통해 정하기도 한다.

다른 학교와 비교되는 특별한 모임은 선생님과 학부모가 한 달에 한 번 모여 얘기를 나누는 반모임이다.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학교 생활은 잘하고 있는지 학습의 내용보다 아이들의 관계에 중점을 두고 얘기를 나눈다.  아이의 행동과 상황을 공유하고, 위로와 응원을 주고받는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만큼 학부모들도 반모임을 통해 함께 성장한다.


1,2교시 3,4교시 묶음 수업을 하고 30분의 쉬는 시간과 90분의 점심시간을 갖는다. 공부할 때 (집중해서 확실히) 공부하고, 놀 때 제대로 놀 수 있는 시간표이다. 공부는 잘 모르겠는데,  제대로 노는 것은 확실하다. 책도 읽고, 축구도 하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쉬는 시간을 즐긴다고 한다.

한 달에 두어 번 산책 수업도 있어서 어느 날은 사천천으로, 어느 날은 사천 바다로 걸어서 다녀오기도 한다 바다 산책을 나가서 바다유리를 줍고 그것을 작품으로 만들어 동화책도 내기도 했다.

감자, 옥수수, 오이도 심고 키워서 수확물도 가져오는데 학교의 더 특별한 행사는 학부모와 함께하는 논농사 프로젝트이다. 모내기부터 벼베기까지 일 년 동안 농사를 짓고 쌀을 수확해서 가져오는데, 그 해 쌀 이름도 짓고 포장디자인까지 해서 각 가정에 한 봉지씩 가져오는데  아이들이 농사지은 쌀이 한 톨 한 톨 소중하고 아까워서 한 참을 아껴두고 먹었다.


꼬박 1년을 보내고,  한 학기를 지낸 작은 초등학교의 생활. 아이들은 학교 가는 것을 기다리고 행복해한다, 아침에 늦잠 잘 여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등교 시간만 조금 늦춰진다면 방학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어디든 똑같겠지만 사실 모든 것이 완벽하고 만족스럽지는 않다. 갈등도 있고 실망한 부분도 없지 않지만, 더디더라도 서로 해결해 나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고맙고 감사하다.


첫째 아이의 남은 2년 반의 시간이 벌써부터 아깝고 섭섭하지만 졸업 이후 모습이 기대되기도 한다.

그만큼 내 운전실력도 늘어있겠지.

(아님 말고)

이전 14화 혁신초등학교에서 시골 작은 학교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