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빤질이는 계곡에 사는 다슬기예요.
원구천 계곡에는 다슬기가 많이 살지요.
이곳은 계곡이 깊고 물도 아주 맑아서 다슬기들의 천국이에요.
아무리 더운 여름이라도 이 계곡은 시원해요.
오늘도 빤질이는 엄마랑 아빠랑 친구들이랑 신나게 물놀이를 하고 있어요.
센 물살을 뚫고 위로 올라가기도 하고, 배고프면 바위에 붙어 물이끼를 뜯어먹었어요.
“여보, 여기가 좋아요. 조용하고 시원해요.”
물소리만 들리던 계곡에 갑자기 어떤 아줌마 목소리가 들렸어요.
“어, 정말 좋네. 여기서 다슬기 잡읍시다.”
수염이 덥수룩한 아저씨는 말이 끝나자마자 물가에 배낭을 내려놓았어요.
신발과 양말도 벗고 물에 들어갔어요.
물이라야 종아리가 살짝 담기는 정도로 얕아요.
수염 아저씨는 커다란 손으로 빤질이부터 잡았지요.
“어, 어, 놔줘요!"
빤질이가 울면서 사정했지만, 엄마와 함께 잡히고 말았어요.
아빠와 다른 친구들도 제법 잡혔고요.
“여보, 간에는 다슬기 삶아 먹으면 좋다니까 많이 잡읍시다.
그것도 주름 많은 다슬기보다 요렇게 빤질빤질한 놈이 좋대요.”
아저씨는 싱글벙글 웃었지만, 아줌마는 별로 즐거운 표정이 아니었어요.
창백한 얼굴이 무척 슬퍼 보였어요.
사실 아줌마는 아주 심한 병에 걸려서 기운이 없어요.
그래서 다슬기를 잡지 못하고 물가에 앉아만 있어요.
“여보. 그래도 내 몸 위해서 남의 생명 뺏는 게 싫어요. 다슬기 잡지 말고 바람만 쐬고 집에 가요. 눕고 싶어요.”
하지만 아저씨는 아줌마의 말을 듣지 않고 다슬기를 더 잡았어요.
그러다가 풍덩, 넘어졌어요.
물속의 돌은 무척 미끄럽거든요.
“에이, 옷 다 버렸네. 돌이 미끄러워서…….”
“거 봐요. 벌 받았잖아요, 호호. 이제 다슬기 살려주고 집에 가요.”
아저씨는 불만스럽게 툴툴거렸지만, 아줌마는 물에 빠진 아저씨가 우스워서 밝게 웃었어요.
빤질이가 비닐봉지 속에서 올려다보니 아줌마의 미소가 참 예뻤어요.
“살려주기는 왜 살려줘? 힘들게 물에 빠져가면서 잡았는데, 당신 약 해야지.”
“한 줌도 안 되는 걸 어떻게 삶아요? 그냥 살려줘요.”
빤질이는 봉지 속에서 다 들었습니다.
아줌마는 참 착한 사람 같아요.
“나도 살려주고 싶기는 하지만, 당신 몸이 더 중요하니까…….”
빤질이는 아저씨의 마음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어요.
아저씨는 비닐봉지 주둥이를 살짝 묶더니 배낭 뒷주머니에 넣었어요.
빤질이는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고향을 한 번 더 보고 싶었지만, 아저씨는 얼른 차를 몰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