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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분꽃 Aug 30. 2024

사람 없는 해수욕장

고창은 한적해서 아름답다

너무 더워서 한 발짝 떼는 게 무서운 폭염이다. 땀 많은 둘째 아들에게 엄마는 웬만하면 땀 한 방울 나지 않는다며 자랑질을 해댔는데 웬걸 올해는 내가 내 땀냄새에 질색팔색 중이다.

여름이 존재하는 건  휴가를 가기 위함이라는 내 지론이 더위에 밀리고 체력에 밀리고 식어버린 열정으로 무심한 척 밀어놓고 말았다.  그런데 사는 게 재미없어졌다. 습관이 이리도 무서울 줄이야. 몸이 벌써 아는 것 같다.

가야 할 것 같아 여행지를 뒤적거리고 있는데 톡 하나가 날아왔다.

15일부터 쉽니다. 연차 하나 썼습니다. 여행 갈까요?

넙죽 받았다. 안 그래도 가고 싶어 안달 중이었는데 바쁜 아들이 가자하니 어쩌겠어. 가야지.



아이고, 신나라.

둘째는 친구들과의 여행에서 돌아오는 대로 싣고 떠났다. 짧은 여행이기에 내가 좋아하는 고창으로. 왜냐하면 이번 여행의 모토는 보양이었고, 내가 지갑이었기에. 


고창은 푸르름이다.

너무나 맑고 깨끗해 창밖이 아름답다.  특별한 곳을 찾아들어가지 않아도 멋진 소나무가 가는 곳마다 우뚝우뚝 서있다. 사이사이 배롱나무가  자리 잡고 있어 화사함까지 선사한다.  청보리밭에 반했던 학원농장은 조만간 메밀밭으로 변신하기 위해 잠시 쉬고 있지만 너른 초록초록을 잊지 못하고 살짝 들렀는데 이건 또 뭐야.

흙뷰. 황토흙뷰도 멋지다. 색감이 아주 멋지다.

구시포 해수욕장으로 움직였다.  사람이 없다.  이리도 사람이 없을 줄이야. 물은 다 빠지고 밍밍하다 못해 물이 따뜻하다.  

해안도로로 달렸다. 동호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이 아주 멋지다. 낙조가 멋지다는 동호해수욕장도 사람이 없다. 그런데 틈도 없다. 평상을 어찌나 다닥다닥 가져다 놨는지.  장태산의 평상에 익숙해진 대전사람인지라 무상인 줄 알았다.  우리 마을에 많이 오라는 마음인 줄.  하지만 연락하란다. 저렴하겠지만 암튼 돈을 내란다.

사람도 하나 없는 바다에 평상만 꽉 차있다.

이런 건 도대체 언제쯤 없어질까. 쓰레기봉투정도라면 기분 좋을 텐데. 참 아쉽다. 그들 눈에는 도둑놈심보라 하겠지만 이 멋진 고창에 오점이었다. 지극히 내 눈에는.

이틀을 돌아다녀도 사람이 없다. 바다에도 학원농장에도 읍성에도  선운사에도.  실컷 힐링하고 정화되어 돌아왔다


고창에서 멀지만 굳이 대천을 들러 단골집에서 물회 한 그릇 뚝딱 비우고 단골집에서 회를 사들고 에어컨 빵빵한 집으로 왔다.  눈이 시원하고 마음이 정갈해지고 건강해진 것만 같다. 몸보신도 제대로 하고 오래간만에 똘똘 뭉쳐.


먹성은 줄었으나 여전히 전투적이다.

 싸들고 온 회도 단골집에서. 이 집은 몇 년이나 되었을까.  

길게 늘어서 항에서 어중간한 곳에 있는 나의 단골집은  여러 가게의 많은 언니들을 물리쳐야만 갈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이곳을 고집하는 건 회를 아주 맛나게 떠서 정갈하게 담아준다는 것이다.  대천에서 대전까지 오 다보면제대로 숙성되어 아주 그냥~~~


먹방은 진리이며

내게있어 여행은 확인이다.

잘 살고 있다는. 잘 살아 왔다는.


재미없는 아들 둘이

우리를 웃게 해줬다.

애쓴만큼 많이 웃었다.

  문득 완전체의 여행을 기다리며

부지런히 돈 벌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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