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릴 때 책을 많이 읽는 아이는 아니었어요.
부모님이 책을 읽어주던 기억도 거의 없고요.
그래서인지 독서는 늘 혼자 하는 일이었고,
누군가와 감정을 나누는 경험으로는 남아 있지 않았어요.
쌍둥이를 낳고 생후 5-6개월 무렵부터 그림책을 읽어주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책이 아기들에게 좋다니까’, ‘나도 해야 할 것 같아서’였어요.
그렇게 시작한 잠자리 독서가 어느덧 7년이 넘었어요.
아이들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TV도, 태블릿도 아닌
‘엄마가 책을 읽어주는 시간’이라고 말해요.
엄마의 목소리와 감정이 담긴 따뜻한 이야기,
그 시간만큼은 엄마가 온전히 자신들과 함께 있다는 느낌 때문일 거예요.
그리고 제가 책을 읽어줄 때만큼은 평소보다 훨씬 너그러워지나봐요.
그림책을 읽어주며 느낀 건,
이 시간이 아이만을 위한 시간이 아니라는 거예요.
어떤 책을 고를지 고민하고,
같은 책을 아이의 나이에 따라 다르게 읽어내며
저도 엄마로서 조금씩 자라고 있었어요.
아이들은 나이가 들수록 같은 그림책이라도 보는 부분도, 느끼는 점도 달라져요.
어릴 땐 그림을 보고 웃고, 조금 크니 그 상황을 자신의 경험에 비춰 이해하고, 어느 순간에는 질문을 던져요.
그리고 어떤 그림책은 아이보다 제가 더 오래 페이지를 붙잡고 있기도 해요.
생각해보면 그림책은 아이만을 위해 쓰인 책은 아니에요. 어른이 썼고, 어른의 삶과 감정이 스며든 이야기들이죠.
그래서 아이에게 읽어주다 보면 자연스럽게 제 마음과 태도를 돌아보게 돼요.
그러다 어느 날은 제가 먼저 울컥하는 책들도 있었어요.
저를 가장 울렸던 책은 「오른발 왼발」이었고,
아이들이 처음 어린이집에 가기 전날 읽어준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도 기억나네요.
「오늘도 고마워」 를 읽으면서는 아이들과 더 연결되는 기분이 들었고,
「엄마가 화났다」에서는 제 모습이 보여 아이들에게 미안해질 때도 있었어요.
「선인장 호텔」을 읽을 때에는 말없이 버티는 존재들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되고,
「엄마의 손뽀뽀」에서는 학교에서 엄마를 그리워 할 아이들이 떠올라요.
「백만번산 고양이」를 읽으며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생각해보고,
「Love You Forever」는 조건 없는 사랑과 전해지는 사랑에 읽을 때마다 목이 잠기죠.
이런 책들은 아이들에게 읽어주었지만 사실은 제가 더 배운 점이 많은 책들이에요.
그림책은 아이만을 위한 책이 아니라 어른의 삶과 감정이 고스란히 담긴 이야기라는 걸 엄마가 되면서 알게 됐어요.
그래서 저는 그림책을 아이 교육으로만 생각하지 않게 되었어요.
엄마로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고, 속도를 늦추는 연습이고, 말보다 태도를 점검하는 시간이에요.
저는 책을 많이 읽고 자란 엄마도 아니고, 전문가도 아니에요.
다만 7년 동안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며 아이들과 책으로 연결되는 감정을 배웠고, 좋은 그림책을 고르는 방법을 조금씩 배워왔어요.
이 경험이 쌓이다 보니 ‘이 시간을 우리 집 안에만 두지 않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최근에 동네에서 가정독서동아리를 만들게 되었어요.
국제학교에서 영어와 한국어를 오가며 자라는 아이들이 한글 그림책을 읽고 자신의 느낌을 말로 표현해보는 경험을 부담 없이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들이 조금 크니 혼자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함께 읽고 표현하며 더 단단해지는 힘도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그림책은 그 시작으로 참 좋은 매개예요.
정답이 없고, 각자의 느낌이 존중받을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일은 아이들을 책으로 키우는 일이면서 동시에 제 자신을 다듬는 연습이기도 해요.
말을 아끼고, 감정을 살피고, 잠시 속도를 늦추는 시간이에요.
저는 오늘도 그림책을 읽어줘요.
아이들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그 시간을 통해 엄마 역시 계속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