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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Apr 18. 2024

여수의 사랑-한강

Queen-Under Pressure (feat. David Bowie)


  요새 들어 잠 못 이루는 밤이면 미래에 대한 막연함으로 인해 문득 머리가 복잡해질 때가 있다.
특히 부모님을 포함한 가까운 지인들의 죽음을 상상해 볼 때면 그 상실에 대한 가상 체험은 사별에 면역력이 없는 내게 막연함을 넘어  실존적 위협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누구나 겪는 "상실에서 오는 외로움"을 견뎌내는 게 어른이라면, 나는 반쪽짜리 어른이지 싶다. 그만큼 우리 삶에서 외로움은 생각보다 흔한 일이다. 따라서 나는 외로움이라는 단어를 애인의 유무와 관련지어 좁게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언젠가 책을 한 권 읽은 적이 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소설 중 하나인 "여수의 사랑"은 총 6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한강 작가의 소설집이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이 소설 속 사람들은 마치 삶과 죽음, 그리움과 만남의 교차로에 서있는 듯했다. 이들의 모습은 외로움의 늪 속에서  방황하는 어린아이와 다름 없었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좋지 못했다.

  상처뿐인 고향 여수로 떠나고 싶어 하는 자흔, 학생들 앞에서 떨어진 분필을 줍다 뇌졸중으로 죽어버린 재인의 아버지, 구토를 하면서까지 꾸역꾸역 자신의 입에 음식을 밀어 넣던 정임이...
어떤 단편에서 누가 강조가 되었든 간에 이야기 속 사람들은 모두가 지독 외로움을 품있었다.  나는 이 소설을 읽고 홀로 남겨지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우리는 살면서 남이라는 말을 참 자주 사용한다. 특히 sns가 발달한 요즘에는 친구는 물론 가족도 남이라는 이야기까지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마냥 냉소적인 태도가 아닌, 상처의 경험을 기반으로 형성자기 방어적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일까, 어느샌가 우리 시대를 대표하게 된 각자도생이라는 사자성어에는 어딘지 모르게 슬픈 구석이 있다.

   홀로 남기 싫어서 만남을 번복해도 우리 인생은 결국 이별의 연속 같다. 외로움과 투쟁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숙명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삶 속에서 만나게 되는 모든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이별을 선물하려 노력해야 되는 것이 아닐까? 조금 더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다정하고 친절하게 말이다.
   



https://youtu.be/912Ntw7oYOg?si=QJr7jFSMNqFP8yuV

영화 "Aftersun" 버전 Under Press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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