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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지인 Mar 26. 2024

나의 작은 카페 성공기: 프롤로그

성공의 냄새

2020년 겨울, 코로나 확진자가 폭증하던 시기에

저는 카페를 열었습니다.


연말이면 코로나가 좀 주춤해지겠지 했지만...

웬걸요. 백단위에서 천 단위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확진자 수에 그냥 ‘에라, 모르겠다. 인생은 늘 계획대로 되지 않지‘하며 체념했던 것 같습니다.

무엇을 새롭게 시작하기 위한 최적의 시기는 오직 지금 이 순간, 인생에 적절한 시기란 따로 없다며 ‘인생은 고고씽!‘ 전, 카페사장이 되기로 합니다.



1호선 제물포역 2번 출구, 오래된 구도심의 번화가도 아닌  후미진 골목에서, 40년이 지난 구옥을 리모델링하여 디저트카페를 시작했습니다.


새것이라곤 목공소에서 나무틀을 주문해 직접 제작한 테이블과 의자, 카페가구뿐이었습니다.

커피머신을 포함한 모든 카페집기와 냉장고, 제빙기, 온수기 등 모두 중고나라를 뒤져, 폐업정리하는 카페에서 한꺼번에 구입하였고, 오븐까지 합하면 모두 500만 원 정도로, (보통 카페 창업 시, 커피머신 한 대 정도의 비용입니다. 천만 원 이상의 일명 커피머신계의 페라리급 또한 매우 흔합니다) 리모델링 비용을 포함해 전체 카페창업비용은 2천만 원이 채 안 들었습니다.


매일오전 11시에 오픈하여, 저녁 6시에 클로징을 했습니다.

한차례 요일변경이 있기는 했지만, 주 2회 휴무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여름휴가를 가기도 했으며, 긴 겨울방학을 갖기도 했습니다.


이제 햇수로 4년 차, 만 3년 4개월이 지났습니다

그 시간 동안 현 위치에서 반경 50미터 이내에 있는 카페 5곳이 폐업하였습니다.

그중 3곳은 6개월을 채 넘기지 못하는 것을 직접 보았습니다.

남의 가게이지만서도 씁쓸함과 착잡함이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적어도 역전이나 큰 대로변에 있어서 우리 카페보다는 위치가 훨씬 좋은 곳들이었습니다.



어느 순간,

저는 살아남아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내게 어떻게 그렇게 혼자서 오랫동안 카페를 할 수 있느냐고 묻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대단하다고 말입니다.

슬프게도 그건 주변 카페들이 전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저 매일 같은 시간에 카페를 열고, 같은 일을 반복했을 뿐입니다.

매일 스콘과, 휘낭시에, 쿠키 등의 구움 과자를 매장에서 직접 굽고, 커피를 내리면서 말이지요.


그렇게 졸지에,

저는 대단한 사람이 되어있었습니다.

단지 내가 여전히,

카페를 하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요.


그러던 중, 처음으로 성공의 냄새를 맡게 되는 일이 생깁니디.




나의 성취가 모두의 성취가 될 수는 없습니다.

‘나도 이렇게 해서 됐으니까, 너도 이렇게 하면 될 수 있어’ 라는 말은 사기입니다.


각자가 쌓아온 인생의 데이터, 각자가 지닌 자원들, 성격과 기질, 취향 등 모든 주어진 조건이 서로 다른 개개인이기에, 같은 결정을 내리더라도 인생의 수많은 크고 작은 변수들까지 더해져 전혀 다른 결과값을 도출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신이 아니기에 그 모든 변수들을 통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전혀 끌리지 않는 사람이 설파하는 끌어당김의 법칙이나 ‘AI를 동원한 월 천만 원 자동수익 실현’, ‘월 몇백만 원 못 벌면 바보입니다’ 같은 어그로들, 소득의 파이프라인 구축과 자동화수익의 비결을 알려준다는 전자책, 그리고 그 전자책을 구입한 소비자가 그 책을 흉내내어 만든 성공학 강의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방구석 성공팔이들이 떠드는 가짜성공보다


수년을 매일 일터로 나가, 카페를 쓸고 닦고, 디저트를 만들며 육체노동을 하고, 직접 손님들을 대면하고 소통하며, 내가 이루어놓은 것들이 진짜성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이제 나의 성공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나의 노동과 일의 가치를 빛내주는 손님들과의 ‘관계’ 이런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들 뿐만이 아니라,

각종 수입과 지출, 카페 매출 등 온갖 수치들과 같은, 눈에 보이는 것들에 대해서도 말입니다.



저의 성공기는 잘 차려진 밥상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닙니다.


현재 나의 상태를 진단하고, 그에 적절한 처방처럼각종영양소를 구성해 맞춤식단을 짜서 필요한 식재료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 장을 보는 것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예산 또한 현저히 부족하기에 가성비는 물론 요래조래 따져봐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헌데 물가는 너무 가파르게 상승했고,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는 것 또한 많지 않습니다.


어찌저찌 갖은 고생끝에 드디어 요리가 완성되면 예쁜 접시에 플레이팅하여 마침내 근사한 한 끼를 차려냅니다.

그렇게 온전히 나를 위한, 내가 완성한 근사한 한끼는 분명 어떤 성취감을 동반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하루들이 모아져 결국 내 인생을 이루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을 때 저의 얘기는 비슷한 시작점에 서 있는 누군가에게 작은 용기를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나의 작은 카페 성공기’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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