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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지인 Apr 02. 2024

폐업도 마음대로 못하는 현실

난춘(亂春)

코로나 집합금지로 흔히 말하는 오픈발이라는 걸 누려보지 못했던 저는, 야심 차게 진행시킨 개업 이후 맞닥뜨린 참담한 매출 앞에서 망연자실해 있기보다는, 그래도 시대의 불행을 정면으로 마주한 무기력한 개인, 불쌍한 소상공인임을 자초하며, 명명백백 모든 원흉은 코로나, 내 탓도 코로나탓을 해가며 그렇게 바이러스에게 쌍욕을 퍼부으면서 그 긴긴 암흑의 시간을 버텨 나갔습니다.


코로나 손실보상법이 통과되어 집합금지로 인한 피해보상금과 정부주도 하에 마련된 최저금리의 소상공인대출까지, 민생구제를 위한 현안들이 하나둘 해결되는 듯 보였습니다.



코로나 종식 그 후,

단순한 경기침체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누군가는 코로나보다 더 불황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IMF보다 더 불황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혹독한 겨울보다 더 혹독한

난춘 (亂春)입니다




개인적으로는

2년 전 받은 소상공인대출 금리가 1.9% 에서 5.2%가 되었고,

게다가 원금상환이 시작되니 그렇게 위기의 주부 아니, 위기의 자영업자가 된 것을 실감합니다.


고물가. 고금리. 고임금.

원고에 투고, 쓰리고까지


그렇게 폐업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1년 미만 폐업률 33.3%


폐업을 많이 하는 건

개업을 많이 해서겠죠.


대한민국의 자영업 비중은 무려 23%, OECD국 최상위권이라고 합니다.

재취업도 힘들고, 안정적인 근로소득을 기대하기 힘든 산업구조상, 사실상 불가피하게 자영업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예전에는 한국 특유의 밤에 즐기는 소비문화로

밤늦게까지도 식당 술집 등등 자영업이 할만했던 호시절이 분명 있었으나,  그것도 옛말

코로나 이후로 분위기는 아주 많이 달라졌습니다.


현재 자영업자 비율은 2023년 2분기에는 19.9%로, 1990년 이래 최저로 떨어진 수치라고 합니다.


알다시피

수입은 줄고, 비용은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자영업을 시작하는 대부분이 월 천이상을 꿈꾸며 시작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순수익 200만 원 이하가 75%

재료값, 월세, 직원 인건비 등 고정비자체가 정말 말도 안 되게 상승한 것이죠.


물론 잘 되는 1/10이 있지만

내가 그 10%가 될 수 있을지는 결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열심히, 그리고 근면 성실하게 노오력 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고정비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자영업의 핵심이고,

내 시간을 갈아서 고정비를 아끼는 것이 결국 영세한 자영업자의 현실입니다.



흔히 ‘카페는 물장사니까 많이 남지 않냐’

카페를 해보지 않은 사람들의 전형적인 생각입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카페 하기 전에는 카페 하면 하루에 못해도 20-30은 버는 줄 알았습니다.


카페 마진율은

평균 10~15% 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매출이 높을수록

매장이 클수록

인건비, 재료비, 공과금, 부가세, 종합소득세 등등 나가는 게 더 많을 수밖에 없고요.


분명히 사람들로 북적이던 카페였는데

어느 순간 사라진 것은 다 그러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폐업할 수 있는 것조차 행운이라고 합니다. 폐업하는데도 돈이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정부지원의 소상공인 폐업철거지원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장크기에 따라 원상복구 철거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예전엔  폐업직종 1위가 카페였는데 이젠 1위 자리를 위협할 만큼 식당, 학원, 거기에다 파리바게트 같은 프랜차이즈까지도 폐업기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지자체마다 희망리턴패키지 원스톱 폐업지원제도가 있으며 전용면적기준 평당 13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경기회복은 멀기만 하고,

오늘 하루를 잘 버텨 살아남는 것이 목표가 되어버린 카페생태계의 현실에서, 저는 어떻게 혼자서 일매출 140만 원을 올릴 수 있었을까요?

구도심의 이 작은 골목의 개인카페, 1인 디저트 카페의 매출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작금의 시대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살아남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을 카페사장이 되면서 처음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살아남았다고 생각하니 하루하루가 더 소중해졌습니다. 그런 마음이 되다보니 카페를 하고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하게 느껴졌습니다.

그 마음이 손님에게도 전달되었던 것일까요?



다음 편에서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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