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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란 Nov 11. 2024

가로수길에서

이별의 순서




노오란 은행잎이 퇴색해 간다

그리고 하나둘, 나무와 이별을 한다


바람 없는 날,

나무 아래 내려앉아 영원히 머물고 싶은 은행잎


부드러운 바람을 따라

유유히 이별을 받아들이는 은행잎


그리고 세찬 바람이 부는 날,

애써 외면하며 멀리 날아가 버리는 은행잎


노오란 은행잎이 나무와 이별한다

차례차례,

운명처럼,

예감처럼,


멈추지 않고 이어진다


내가 은행잎이라면,

너무 늦은 가을보다는

10월의 햇살 고운 날이면 좋겠다


마지막의 퇴색빛보다는

가장 예쁜 노란빛이 남은

10월의 어느 날이면 좋겠다


내가 은행잎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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