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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넘은 시장 속에는 별이 숨어 있다

서울 도심을 걷는 명분

by 작은공원

퇴사 후 인사이트를 찾아 떠났던 <밖에 나가야 할 명분> part1의 마지막 글을 쓰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찾은 나의 인사이트 장소는 제기동 경동시장에 숨어 있는 '스타벅스 경동1960'이다. 이곳은 2022년 12월 16일에 오픈하자마자 서울 내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았다. 특히, 1960년에 지어진 경동극장을 리모델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데, 완전히 새로움이 아닌 경동시장 랜드마크를 그대로 이어가기 때문이다.


경동시장 상가 초입에 스타벅스로 들어가는 길이 있다.


나는 토요일 오후 인근 공영주차장에 주차하고 이곳을 찾았는데, 애매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로 인해 자리를 잡기도 여간 쉽지 않았다. 10여분을 서성이다 겨우 자리를 잡고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좌석은 극장의 아이덴티티를 그대로 살려 놓고 있었고, 픽업 정보를 빔프로젝트를 활용해 벽면에 쏘는 방식으로 극장 분위기의 디테일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느낌 때문인지 이곳을 방문한 어르신들은 그 옛날 극장 느낌 그대로라며 '너무 좋다'라는 말을 연신 뱉으셨다.


이곳에서 내가 더 주목했던 부분은 우리나라 사람들뿐만 아니라 외국 관광객들도 많이 보였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나는 지난날 고베에서 방문했던 '스타벅스 기타노이진칸'이 생각났다. 이곳도 100년이 넘은 건축물을 그대로 활용한 곳인데, 이와 같은 테마 덕분에 일본 현지인은 물론 해외 관광객까지 고베를 방문했을 때 반드시 방문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나 역시 1박이라는 짧은 고베 여행 일정 속에서도 '스타벅스 기타노이진칸'을 넣었고, 방문했을 때 꽤 즐거운 추억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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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같은 좌석 배치와 빔프로젝터로 안내하는 픽업 정보


'스타벅스 경동1960'이 관광객들에게 더 의미 있게 다가갈 수 있는 부분은 이곳만의 특별한 테마와 굿즈가 있기 때문이다. 금, 토, 일 오후 6시부터 30분 동안 문화예술인의 실제 공연이 이뤄지고, 오직 이곳에서 구매할 수 있는 엔틱한 굿즈들이 있다. 경동1960점의 느낌을 담은 잔과 도마, 가방 등으로 자주 방문하기 어려운 관광객이라면 구매하고 싶은 의욕이 생길만한 제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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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스타벅스 경동1960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굿즈들


이렇게 '스타벅스 경동1960'을 다 둘러보고 밖으로 나가니 들어왔을 때 마치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온 듯한 느낌을 주었던 LG전자의 체험형 테마 전시인 '금성전파사'가 다시 눈에 들어왔다. 눈길을 사로잡는 디스플레이부터 제품전시, 그리고 아이들이 즐겁게 놀 수 있는 게임과 방탈출까지. 오래된 재래시장 속에 이와 같은 테마가 있다는 것이 참신하고 상생을 위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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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구 역시 영화관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금성의 별과 스타벅스의 별이 만나 경동시장을 새롭게 만들고 있는 현장을 보며, 최근 발길이 줄어들고 힘든 길을 걷고 있는 전통시장들이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주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쉽지 않겠지만 그 옛날 기억을 오랫동안 이어갈 수 있도록 대기업들이 이와 같은 프로젝트를 지속해 주길 바란다.


※ 그동안 저의 부족한 인사이트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약 3개월의 자유로운 생활을 마치고 다시 직장인으로 돌아갑니다. <밖에 나가야 할 명분> part2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인사이트를 찾아다니는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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