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플을 찾아가는 명분
퇴사는 많은 장점과 단점을 가져왔다. 먼저 단점은 불안하고 또 불안하다는 것이다. 직장인으로 있을 때에는 나의 활동들이 모두 수익이 되는 일부분이었다. 길을 걸으며 어딘가에서 발견한 인사이트는 내가 맡은 콘텐츠에 영감을 주었고 이러한 활동을 하며 월급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움직이는 것 자체가 소비가 되니 불안하고 불안했다. 반면, 장점도 있다. 직장인으로 있을 때에는 오로지 주말에만 밖으로 나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모든 시간에 밖으로 나갈 수 있다. 심지어 사람이 많이 붐비지 않는 시간대를 골라서 말이다. 이점은 나에게 너무 좋은 장점이다.
그렇게 나는 퇴사자의 장점을 활용해 평일 '여의도 더현대'에 방문했다. 주말에 종종 방문했지만 수많은 인파에 휩쓸려 먹지도 보지도 못하고 나왔는데, 평일의 방문한 이곳은 천천히 둘러보기 너무 좋았다. 게다가 MZ들이 즐겨 찾는 가게들이 한 곳에 모여있기에 인사이트를 발견하기에는 최적의 장소인 것.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도착한 나는 먼저 출출한 허기를 달래고 카페인을 수혈한 뒤 천천히 모든 층을 둘러보았다. 성수동에서 보았던 곳, 한남동에서 보았던 곳 등 서울 핫플레이스의 집약체 같은 느낌이었다. 그중에서 유난히 궁금하게 느껴진 곳이 있었는데, 바로 '오크베리(OAKBERRY)'였다. 사실 '여의도 더현대'에 오기 전에 스타필드와 현대백화점 판교, 신세계백화점 강남을 방문했다. 그곳에서도 '오크베리'를 만나 '무엇을 파는 곳이길래 세상 힙해 보이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다시 여의도 더현대에서 마주친 것이다.
이번에는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매장을 깊이 살펴보았다. 이름과 외관에서 알 수 있듯 베리를 이용한 음료를 만드는 곳인데 우리가 잘 아는 블루베리가 아닌 슈퍼푸드로 유명한 '아사히베리'로 음료를 만드는 곳이었다. 그리고 인테리어는 미국 아니면 호주 회사인가?라는 개인적인 생각이 들었는데, 알고 보니 브라질에 본사를 두고 있는 회사다. 모든 것이 흥미롭게 느껴진 '오크베리'를 조금 더 알아보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매장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메뉴부터 하나하나 살펴보고 기록해 보았다.
우선 메뉴는 단순한 듯 다양하다. 이런 모순된 표현을 쓰는 이유가 토핑 때문이다. 단순한 메인 메뉴 몇 개에 자신의 기호에 맞게 토핑을 추가하며 다양하게 먹을 수 있다. 그러나 가격이 매우 사악하다. 기본 메뉴도 12,000원대로 시작하는데 우리가 가볍게 마시는 음료와 커피처럼 생각할 수 없는 가격이다. 토핑을 넣다 보면 15,000원은 훌쩍 넘는다.
분위기는 심플, 친환경, 현지화 느낌이 들었다. 아이덴티티 색상인 보라색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었고, 그 외의 색은 화이트였다. 그리고 포스터들은 왠지 모르게 친환경적인 느낌이 들었는데, 개인적으로 파타고니아 매거진의 느낌이 들어서였다. 마지막으로 현지화인데 오크베리의 힙한 감성에 N서울타워(나에겐 남산타워..ㅎ)를 함께 표현하고 있었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함인듯했다.
이렇게 둘러보면서 개인적으로 높은 가격 때문에 '음료를 이 돈 주고?'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순간에도 많은 사람은 아니지만 꾸준히 사람들이 방문해 음료를 구매하고 있었다. 연령대는 20~30대로 보였는데 왜 구매할까?라는 생각에 오크베리를 조사해 보니 나만의 답을 내려볼 수 있었다. 바로 '파타고니아'와 비슷한 맥락 때문일 것이다. 먼저, 오크베리는 식사대용으로 먹는 친환경 건강식과 같다. 그렇기 때문에 가격의 비교대상군이 카페가 아니라 식당이다. 물론 식당과 비교해도 가격대가 높긴 하지만 최근 '요아정(요거트 아이스크림의 정석)' 덕분에 토핑으로 불어나는 가격에 대한 거부감도 없어서 꾸준히 소비자가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브라질 환경을 지키는 가치관 때문이다. 오크베리의 핵심인 아사히 소르베는 브라질 아마존 지역에서 재배되는데, 이 나무가 있는 곳은 벌목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즉, 오크베리를 구매하는 것이 환경보호 활동에 일조하는 것이다.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패턴도 비슷하다. 계속해서 올라가지도, 떨어지지도 않고 마니아층이 형성되어 꾸준히 관심을 받고 있다. 이것은 검색어를 살펴보면 알 수 있는데, 위 그림에서 보이듯 작년부터 급상승하다가 지고 있는 탕후루와 비교했을 때 오크베리는 꾸준히 관심을 받고 있고, 파타고니아 역시 다른 등산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 일정 수준의 팬덤이 형성되어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것을 종합해 볼 때, 개인적으로 '오크베리의 미래는 파타고니아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 최근의 물가 상승과 경제침체가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오크베리에게 치명적이긴 하지만 파타고니아 역시 다른 등산 브랜드와 대비했을 때 결코 저렴하지 않다. 따라서, 건강을 지키고자 하는 2030세대들의 니즈, 그리고 자신의 소비가 지구를 지키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니즈가 지속되는 오늘날에 파타고니아가 꿋꿋이 앞을 걸어 나가는 것처럼 오크베리 역시 앞으로 걸어 나가지 않을까 싶다.
핫플을 방문했기에 알 수 있었던 오크베리의 인사이트. 이렇게 변화하고 있는 세상을 알 수 있기에 나는 오늘도 밖으로 나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