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여행의 명분
8박 9일의 도쿄 여행을 마무리하며, 나는 나리타 공항에 도착했다.
저녁 7시 비행기를 타기 전 시간이 꽤 남아 라운지에 앉아 여행을 하며 찍은 사진을 꺼내보았다. 약 2,100장의 사진 속에서 특이점을 발견했다. 계속해서 캐릭터가 보인다는 것. 생각해 보니 인천에서 나리타 공항에서 도착하자마자 나를 반겨준 것은 슈퍼마리오와 포켓몬스터들이었다. 그리고 요코하마에서 첫날을 보내고 도쿄로 넘어왔을 때 도쿄의 중심 도쿄역에서 나를 안내해 준 것은 리락쿠마였다. 그 외에도 곳곳에서 캐릭터들이 길을 안내하거나, 랜드마크를 보다 즐겁게 소개하고 있었다.
많은 것들 중에서도 두 가지가 기억에 남는다. 첫 번째는 겨울 연말 도쿄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일루미네이션에서 슈퍼마리오들이 뛰어놀던 장면이다. 장소는 도쿄역 뒤 마루노이치 광장을 지나면 있는 신마루노이치 빌딩인데, 그곳의 복합상가 구석구석에 슈퍼마리오 이벤트를 설치해 둔 것이었다. 연말과 어울리는 조명과 함께 마리오와 그 친구들이 뛰어놀고 있는 모습에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즐거워하고 있었다.
두 번째는 도쿄를 조금 벗어나 하코네의 오와쿠다니에서 만난 헬로키티다. 로망스카를 타고 1시간 30분, 등산열차를 타고 1시간 30분. 그렇게 약 3시간 동안 열차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간 정상에는 쉴 새 없이 연기를 뿜어대는 활화산의 위엄도 기억에 남지만, 어찌 보면 무서울 수 있는 그곳을 보다 친근하게 반겨주었던 키티가 있었기에 더욱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올해의 키워드 중 하나로 '무해력'이 있다. 그간 자극적이고 불편했던 것들이 넘처나면서 올해부터는 사람들이 강아지와 같은 무해한 것들에 반응할 것이는 예측인데, 생각해 보면 우리는 올해의 키워드가 아니더라도 본능적으로 무해한 것에 끌렸던 것 같다. 아이들을 좋아하는 이유,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이유가 없다 그냥 좋을 뿐.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가 도쿄를 좋은 기억으로 간직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곳곳에 무해하고 귀여운 캐릭터, 즉 콘텐츠들이 넘쳐나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