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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바꿔준 프릳츠 커피 원서점

서울 도심을 걷는 명분

by 작은공원

10년 5개월간의 직장인의 삶을 잠시 내려놓고 떠났던 도쿄 여행은 나에게 주는 작은 보상이자, 일탈도 있었지만 막연한 여행이 아닌 새로운 시선을 찾자고 했던 목적이 있었다. 이런 목적과 명분 때문인지 다시 서울로 돌아왔을 때에는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주변의 인사이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집 한 켠의 방에서 재취업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닌 밖에 나가 새로운 경험을 해야 하는 명분이 보인 것이다.


그렇게 나는 평소 가보지 못했던 평일 서울의 궁을 둘러보기로 했다. 그중에서 굽이굽이 멋이 있는 창경궁을 선택했다. 매표소에 다다르기 전 문득 커피가 생각나는 걸 보니 오후 2시가 넘어가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인근 카페를 기웃거리며 들어간 곳은 '프릳츠 커피 원서점'이었다.


과거와 현재의 공존을 담아낸 프릳츠 커피 원서점

입구부터 한옥과 현대 콘크리트 건물의 조화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한옥 건물에서 자리를 잡은 후 현대 콘크리트 건물에서 주문을 하는 점이 인상적이었고, 콘크리트 정원 속에 있는 석탑도 특별했다.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건축물을 보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곳이 멋지고 인상적인 이유는 과거와 현대를 조화롭게 표현했기 때문인데, 그렇다면 조직에서 세대 차이를 조화롭게 만들 수 있다면 보다 더 빛나고 성장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마케터로 일하며 조직에서 유독 심한 세대 차이를 겪었던 것 같다. 특히 조직에서 30대 중반의 나이가 되면서 느꼈던 것은 서로 '차이를 이해하거나, 그렇지 못하거나'로 답을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차이가 아닌 조화와 성장의 Key로 보았으면 어땠을까? 지금 우리 사회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뉴트로처럼. 과거를 너무 고수하지 않고, 새로운 것으로 모두 바꾸려고 하지 않는 '뉴트로'를 조직의 관계에도 접목했다면 나는 조금 더 성장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말은 쉬울 수 있지만, 하지만 못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이 뉴트로 그 자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빌딩 숲 속에 자리한 궁궐들.. 이것이 바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뉴트로이자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이니까.


이러한 생각과 시선. 밖에 나오지 않았다면, 내가 퇴사를 결정하며 새로운 시선을 갖겠다고 다짐하지 않았다면 느끼지 못했을 것들. 누구에게나 불안하고 초조하고 멈춰있는 것만 같은 상황을 마주한다. 그럴 때에는 잠시 밖으로 나와 세상을 새롭게 둘러보자. 그 순간 새로운 인사이트를 경험할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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