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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관여 제품을 홍보하는 법, 시몬스 테라스점

핫플을 찾아가는 명분

by 작은공원

2024년 12월, 연말 분위기를 느끼고 싶었던 와이프와 인사이트를 찾고 싶었던 나는 핫플레이스를 찾다가 '시몬스 테라스점'을 발견했다. 이곳은 겨울마다 트리 명소로 유명했고, 침대를 파는 회사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니즈에 딱 맞는 곳인 것 같았다. 그렇게 우린 평일 오후에 고속도로를 탔다. 1시간 조금 넘게 달렸을까? 벌써 목적지에 다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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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시몬스 테라스점


침대를 만드는 공장과 함께 있어서 그런지 거대한 창고형 부지가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거기에 트리와 일루미네이션이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첫인상부터 좋은 기분이 들게 했다. 어렵지 않게 주차를 한 후 먼저 출출한 허기를 채우기 위해 '그로서리 마켓'부터 방문했다. 카운터부터 음식을 먹는 모든 공간을 미국의 대학 농구 느낌으로 표현했는데, 시몬스 제품이 미국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런 노력을 하는 이유는 사실 한국 시몬스는 미국 본사와 별개의 회사로 독자노선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제품 생산과 연구, 개발, 테스트 등을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시몬스라는 라이선스를 받아 판매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한국 시몬스와 미국 시몬스가 전혀 다른 곳이라고 인식될 경우, 시몬스가 가지고 있는 100년이 넘은 브랜드의 가치를 활용하기 힘들 수 있기 때문에 '미국화 브랜딩'에 힘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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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 농구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 시몬스 테라스점


아무튼 이와 같은 배경을 이해하고 '핫피쉬'라고 부르고 있는 붕어빵으로 배를 채운 후 차분히 시몬스 테라스점을 둘러보았다. 핫피쉬를 팔고 있는 그로서리마켓 2층부터 투어를 시작했는데, 먼저 눈길이 갔던 곳은 '미국 대학 농구'를 디테일하게 표현한 부분이었다. 어릴 적 즐겨 보았던 미국드라마에서 나온 대학의 실내 농구장을 구현하고, 미디어를 통해 대학 농구 경기를 보여주고 있었는데 마치 잠시나마 미국에 와있는 기분이 들게 했다. 어떤 사람들은 미국 대학 농구로 표현한 것이 NBA로 했을 때에는 라이선스 등 비용이 크기 때문일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나는 그것도 맞을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대학 농구만이 가지고 있는 그 열정을 표현하기 위함이 아닐까라고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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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스의 기술력과 광고 컨셉을 설명하고 있는 전시관


농구 코트를 지나 조금 더 걸어가니 시몬스 역사관이 나타났다. 시몬스 침대의 시작을 보여주는 부분이었는데, 이런 공간을 통해 한국 시몬스와 미국 시몬스를 같은 맥락으로 최대한 이어가려 노력하고 있는 점이 느껴졌다. 기술은 물론이지만 마케터인 내가 더 주목했던 부분은 시몬스의 광고 전략을 표현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과거부터 시몬스의 광고는 무언가 달랐다. 마치 패션 광고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게 했는데, 이러한 광고 전략은 침대, 기술을 떠나 시몬스를 머릿속 어딘가에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고관여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우선 '인식'에 집중한 것이다. 이와 같은 전략을 몇 년 전부터 한국 시몬스도 이어가고 있으며 대표적인 것이 ‘Manners Maketh Comfort' 캠페인이다.


시몬스 테라스점13.jpg 시몬스의 2020년 TV 광고 캠페인 ‘Manners Maketh Comfort'. 당시 침대 없는 침대회사 광고로 유명했다.


시몬스의 역사와 광고 전략을 본 후 나는 지하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하로 가야만 이제 진짜 침대를 만날 수 있는데, 이곳에는 마치 연구원? 의사? 처럼 흰색 가운을 입고 있는 직원들과 다양한 침대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직원들은 침대를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며 나의 투어를 도와주었는데, 여기서부터는 고관여 제품을 '인식'하는 것을 넘어 '이해'하기 위한 공간이었다. 그렇게 쭉 이해하며 둘러보고 있을 때 한 가지를 더 느낄 수 있었다. 바로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 커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던 점이었다. 그들은 시몬스 테라스점의 트리와 그로서리 마켓을 보기 위해 왔다가 침대까지 훑어보고 있던 것이다. 그들의 입에선 여러 번 '돈 모아서 사고 싶네', '시몬스 침대를 잘 몰랐는데 이렇게 보게 됐네'라는 말이 나왔다. 이러한 행동은 함께 간 나의 와이프도 마찬가지였다. '침대에 큰 관심이 없는 편이었는데 이렇게 체험하다 보니 침대를 알게 됐고 시몬스에 좋은 감정이 생긴다'라고 나에게 몇 번 이야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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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솔루션 테스트와 침대 체험을 해본 와이프는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2시간 정도 둘러보았을까? 어느새 어둑해진 하늘은 야외에 꾸며진 트리와 일루미네이션을 더욱 밝게 빛나게 했다. 그리고 이 시간에 맞춰 사진을 찍기 위해 방문한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들은 나와 마찬가지로 기분 좋은 경험을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경험들은 고관여 제품인 침대를 고민할 때 분명 시몬스를 한 번쯤 떠올릴 것이다. 비슷한 경쟁 제품이 있다면 아무래도 좋은 경험을 했던 시몬스에 더 끌릴 확률이 높을 것이다. 바로 이점이 시몬스가 테라스점을 운영하고, 서울 신사동에서 침대가 없는 '그로서리마켓'을 운영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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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스의 트리 행사는 고관여 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좋은 수단으로 생각된다.


이렇게 나는 오늘도 밖으로 나와 고관여 제품을 홍보하는 전략을 이해하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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