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어떻게 이런 말간 질문을 할 수 있는 걸까. 세상모든 것이 다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호기심과 순수함.사랑과 사랑니를연결지은 아이의 마음이 포근하게 나를 어루만진다.
그러면서도 짐짓 느껴지는 어른의 무게가 무겁다. "사랑니는 사랑을 못해서 안 나는 게 아니고… 보통 스무 살쯤 나는데, 사랑을 하고 알 나이 즈음 나는 치아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야…"라고 대답했더라면 아이의 선명한 마음이 점점 흐릿해지고 말았으리라.
아이의 순수함에는 내 머릿속 복잡함을 무뎌지게하는 투명한 마음이 들어있다. 그 마음은 내가 잃어버렸던 어린시절의 따뜻한 기억을 다시 불러일으키곤 한다. 나이가 들수록작은 관점 하나 바꾸기가 얼마나 어려운일인지. 그러면서 맑고 투명했던 마음이덧없이 흐릿해지고 희미해져 버리는 일이 무수히도 많이 일어났음을 깨닫는다.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건,
첫사랑 앓듯 아프게 올라오는 사랑니를 참아내는 것. 그리고, 참아냈던 사랑니를 결국에 다시 빼 내는것.
빠져나간 사랑니 자리에 거즈를 꽉 물고 있는 동안 고이는 입안의 피와 침을 삼키는 것이 고역이라는 사실을 깨닫는것. 이 모든 과정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그럴 때에도 유월아, 너의 깨끗하고 말간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란다.
사랑니로 사랑을 배운 오늘처럼.
<더하는 말>
엄마를 많이 사랑하는데 사랑니가 왜 안 나느냐고 거울 앞에 서서 치아를 확인하는 아이. 사랑니가 나면 보관하겠다고 유치 보관함을 가져와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