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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깡미 Nov 04. 2024

레테 보고 갈래?

대도시의 맹모삼천지교법


수학학원은 몇 살부터 보내나요?
영어학원 3학년때부터 다니면 늦나요?
초4에 벌써 중등 수학 배우나요?



냉장고 문 열 듯이 자주 열어보는 커뮤니티에 새 글이 떴다. 대한민국의 어지간한 교육열을 가진 맹모들은 다 모여 있다는 맘카페.


손에 쥐고 있는 총알도 없거니와 텅장으로 연명하고 있는 여건상 이사까지 고려할 순 없지만, 어찌 되었든 온라인 나는 맹모다. 오늘도 이곳에는 각종 질문과 카더라 대답을 쏟아놓으며 비장한 마음으로 참전하고 있는 맹모들이 모여있다.




그러다 그동안 눈여겨보고 있었던 수학 대형학원의 레벨테스트 사전 예약기간이라는 글을 보았다. 지갑만 연다고 해서 다닐 수 있는 곳이 아닌지라 일 년에 두 번 다는 선발고사를 얼마나 기다려 왔던가.


윗집 철수, 아랫집 영희, 옆집 순자는 버젓이 다닌다는 학원인데, 혹여나 그 학원 문이 오월이에게 열리지 않으면 어떡하나 하고 조바심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던 차였다. 그렇게 내 마음속 비상경보가 울리기 시작했다.



어서 와, 대형학원은 처음이지?



결국 오월이는 레벨 테스트가 있던 날 맹모의 치맛바람에 못 이겨 대형학원의 문턱을 넘었다.

학원 복도의 벽면에는 명문대학으로 직행하는 전략, 어느 중학교 2학년 아무개 전교 1등, 의대반 선발고사 등 학원의 빛나는 성과들이 좌라라라락- 하고 붙어 있었더랬다.


작은 공부방에서 친구 두 명과 함께 보드게임을 가지고 수학을 공부하던 아이는 지레 겁 먹은 얼굴로 이마에 주름을 잔뜩 잡고 시험장에 들어갔다.


그야말로 가야 할 때를 모르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아름답지 않았다.   




맹모 커뮤니티에서는 초6정도 되면 고1 수준의 수학 진도를 한두 바퀴 돌린다는 것이 일반적이라 했다. 정말? 어떤 사람은 아이가 이해를 하든 못하든 선행을 여러 번 돌려놓으면 제 학년 과정을 배울 때 현행이 쉬워질 거라고도 했다.


수학의 목표를 선행으로 착각한 맹자와 그의 모친들은 빠르게 달리기만 하면 된다고 너도 나도 운동화 끈을 질끈 동여 메고들 있었다.

아, 아직 신발도 안신은 내새끼는 어쩌란 말인가.  결국은 이것도 저것도 소화시키지 못해  손을 따고 피를 보는 결말이 기다리고 있는건 아닐까. 

마음이 흩어진다.


레벨 테스트를 보고 나온 오월이는 마주했던 시험지와 현실사이의 괴리를 온몸으로 느껴 멍이 든 듯했고, 맹모는 맹모만의 맹랑교육열전을 펼친 것으로 레테는 끝이 났다.


종이 한 장에 장렬히 전사한 우리 모자에게 심폐소생술이 필요하다.









*사진출처: Pixapopz on pixabay

                    tjevans on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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