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게 있어서 커피가 맛있는 온도는
너무 뜨거운 온도에서 한소끔 살짝 식힌
바로 그 온도다.
나에게 딱 좋은 바로 그 온도에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
종종 나는 신경을 곤두세운다.
너무 식어서 마시기에도애매하고,
버리기에도 애매한 그 순간을 피하고 싶어서.
하지만 오늘 나는 커피에 신경을
쏟을 여유가 없었다.
쓰고 싶은 글의 소재가 있었고,
그 글에 담고 싶은 나의 이야기가 있었고,
그 이야기에 나의 온 신경을 집중했기에.
그렇게 나는 내가 지금 무엇에
몰입하고 즐거워 하는지
하나씩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나의 신경을 몰두하게 만드는 그것,
질척거리게 만드는 그것,
소중한 사람에게 전화가 와도
받을 수 없게 만드는 그것,
그것을 향해 가기로 내 마음의 방향키를
서서히 조정중이다.
그러한 '장면전환'의 순간을 계속
기다려왔다.
일을 하고 있는 입장이었기에
첫 중간고사에 나의 신경을 붙들어 맸다.
잘하는 일이라 생각해서 해왔고,
그래서 그 일에 신경을 단단히 붙들어 맸지만
금새 풀어지는 매듭을 보았다.
20년 동안이나 짓고 또 지은 매듭이었지만
요즘엔 어쩐 일인지 그저 훌러덩 풀리기 일쑤다.
자책도 해본다.
왜 나는 멀티태스킹이 안되는건지.
왜 마음을 쪼개고 쪼갤 수 없는건지.
내 무게만큼의 돛단배를 타고
천천히 노를 저어 앞으로 나아가면 안되는건지.
수많은 '안되는건지'를 조금씩 받아들여 본다.
'되는대로' '할 수 있는대로' '되는지'로.
가능성을 타진한다.
마음을 쪼개지 않고,
시간을 쪼갠다.
마음을 쪼개지 않고,
일을 쪼갠다.
내 마음이 향하는 그곳에
나를 세워 본다.
내가 세워져야 세상이 보이고,
세상이 보여야 나아갈 수 있다.
이제는 누구보다 '잘'살고 싶기보단,
이제는 누구보다 '즐겁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