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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샤랄라 May 09. 2024

커피가 식은 줄도 모르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게 있어서 커피가 맛있는 온도는

너무 뜨거운 온도에서 한소끔 살짝 식힌

바로 그 온도다. 

나에게 딱 좋은 바로 그 온도에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 

종종 나는 신경을 곤두세운다. 

너무 식어서 마시기에도애매하고, 

버리기에도 애매한 그 순간을 피하고 싶어서. 


하지만 오늘 나는 커피에 신경을 

쏟을 여유가 없었다. 

쓰고 싶은 글의 소재가 있었고, 

그 글에 담고 싶은 나의 이야기가 있었고, 

그 이야기에 나의 온 신경을 집중했기에. 

그렇게 나는 내가 지금 무엇에 

몰입하고 즐거워 하는지 

하나씩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나의 신경을 몰두하게 만드는 그것, 

질척거리게 만드는 그것, 

소중한 사람에게 전화가 와도 

받을 수 없게 만드는 그것, 

그것을 향해 가기로 내 마음의 방향키를 

서서히 조정중이다. 


그러한 '장면전환'의 순간을 계속 

기다려왔다. 

일을 하고 있는 입장이었기에 

첫 중간고사에 나의 신경을 붙들어 맸다. 

잘하는 일이라 생각해서 해왔고, 

그래서 그 일에 신경을 단단히 붙들어 맸지만

금새 풀어지는 매듭을 보았다. 

20년 동안이나 짓고 또 지은 매듭이었지만

요즘엔 어쩐 일인지 그저 훌러덩 풀리기 일쑤다. 

자책도 해본다. 

왜 나는 멀티태스킹이 안되는건지.

왜 마음을 쪼개고 쪼갤 수 없는건지.

내 무게만큼의 돛단배를 타고 

천천히 노를 저어 앞으로 나아가면 안되는건지.

수많은 '안되는건지'를 조금씩 받아들여 본다. 

'되는대로' '할 수 있는대로' '되는지'로.


가능성을 타진한다. 

마음을 쪼개지 않고, 

시간을 쪼갠다. 

마음을 쪼개지 않고, 

일을 쪼갠다. 

내 마음이 향하는 그곳에 

나를 세워 본다. 

내가 세워져야 세상이 보이고, 

세상이 보여야 나아갈 수 있다. 


이제는 누구보다 '잘'살고 싶기보단, 

이제는 누구보다 '즐겁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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