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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샤랄라 Jan 31. 2024

돈에 대한 단상

은행앱까지 작업한 전청조 기사를 읽고.

자본주의 경제에서 돈은 우리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돈의 중요성을 간과하며 살 수도 없고 앞뒤 재지 않고 돈을 맹신하는 모습 또한 그다지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돈과의 관계에서 우리는 어쩌면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다. 돈이 주는 유익함을 알고 그 유익함을 쫓아 경제적 자유를 누리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그 과정에서 다양한 모습들을 보게 된다. 


전국 곳곳에서는 전세사기로 세입자들을 울리고, 수조 원대의 손실이 우려된다며 주요 은행에서는 이미 끌어 모을 대로 모은 홍콩 ELS 판매를 중단하고 나섰다. 본질은 사라지고, 어떻게 하면 더 빨리 더 쉽게 부의 추월차선에 올라탈 수 있을지 잘못된 방향으로 머리를 굴린 사람들 때문에 피해자들 눈에서는 피눈물이 난다. 얼마 전 수억 대의 스포츠카를 압수당하고 밀항하려다 잡힌 일당들은 불법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사람들이며, 아프리카 TV 등에서는 돈이 되는 일이면 뭐든지 하는 것 같다. 물론 나는 아프리카  TV를 본 적도 없지만. 


보통의 일상을 영위하고, 소소한 행복이 좋은 나로서는 당최 그들의 행태가 이해가 되질 않으면서도, 건너 건너 아는 사람이 부동산 열기가 한창일 때 투자로 억대의 이익을 보았다던지 주식투자로 차 한 대를 뽑았다던지 하면 동공에 지진이 나면서 심장이 나대기도 했다. 위로만 올라가야 그것이 옳은 것이라 생각했던 시절에, 학창 시절에는 1등이 무조건 좋은 것이고, 사회생활 시작하고서는 연봉 많은 것이 무조건 좋은 줄로 알았다. 마흔이 넘어 아이들 교육시키고 효도라도 하면서 평범한 삶을 영위하는 축에라도 끼려면 여전히 상당한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 어느 때보다 잘 알고 있지만 열심히 돈을 벌어보니, 내 삶의 중심을 잡아가는 데에 있어서 그 파이가 돈으로만 전부 채워질 수 있는 것 또한 아님을 알아가고 있다. 


하지만 글 쓰는 것이 좋아서 블로그를 하다 보면, 여전히 나의 눈과 귀를 가리는 올바른 판단력을 잃게 만드는 글들도 끊임없이 올라온다.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수익을 인증하는 글들, 통장 속에 찍힌 수익을 인증하는 통장사본 등, 요목조목 따져 보게 만드는 알맹이는 쏙 뺀 채 사람들의 환심을 사로 잡기 위해 편집된 정보는 이제 막 그 세계에 발을 들인 사람들로 하여금 도달하려야 도달할 수 없는 환상을 심어 줄 뿐인 것이다. 오늘을 열심히 사는 보통의 사람들을 한순간에 오징어로 만들어 버리는 정보란 부지불식간에 우리의 정신을 지배한다. 자신이 잘하던 일에 더욱 매진하여 더 잘할 수 있도록 역량을 높이는 일이 아닌 엉뚱한 곳에 발을 들여 어설프게 시간과 돈을 쏟게 만든다. 그런데 그 기준선이 어찌나 애매한지 분명히 모든 과정들이 나를 위한 것 같아서 덥석 뛰어들게 된다.


하지만 이제는 차분하게 생각을 다듬어 내가 바라는 경제적 자유를 이루는 그림이 무엇인지 조금씩 선명해지고 있기에 보이는 현상을 그대로 믿지는 않게 되었다. 비단 월수익 만으로도 입이 떡 벌어질만한 수익을 낸다 하더라도 그가 수익을 낸 방식이 나의 적성에 맞을 것이라 장담할 수 없으며, 그렇게 수익을 냈다고 말하는 순간 그는 이미 그 방법으로 충분한 돈을 벌었고,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그 시장에 뛰어들었을게다. 게다가 그 수익이 시기를 타는 수익일 수 있으며, 비수기와 예비비 혹은 돈을 번 사람 자신의 품위유지비를 생각하면 그 또한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당장의 수익을 실현하는 과정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닌 세상이다. 


이러한 일련의 모습들을 보며 경제적 자유를 이룬 나의 모습을 생생하게 다시 그려본다. 나는 내가 부자 됨에 조용한 부자이길 바란다. 떠들썩하지 않길 바란다. 조용히 나의 목표를 되뇌며, 상대방에게 덜 상처주길 바란다. 감히 꽃으로 사람을 때릴 수 없듯이 돈으로 서열을 나누지 않길 바란다. 물질적 풍요로움이 정신적 풍요로움과 자연스레 융화되어 나의 인생에 결이 달라지길 바란다. 든든한 뒷배경을 돈으로 치장하려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깊이 있는 울림으로 사람과 공명하길 바란다. 사람들과 어울릴 때에는 그 어느 때보다 쾌활하고 긍정적이며 활기차지만, 돈을 대하는 나는 그 누구보다 조용하고 차가우며 겸손하길 바란다.  


너무 이상적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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