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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

by 방석영 씨어터 Oct 20. 2024
억새 Miscanthus (2024. ink on korean paper. 130x130)억새 Miscanthus (2024. ink on korean paper. 130x130)

마치 모래언덕이 길게 길게 늘어선 사막처럼

길고 푸른 구름들이 하늘에 아느적하다.

저대로 막 내리는 붉은 햇발을 받는다면,

유선노트에 꾹꾹 써 내려간 나의 일기들이

하늘에 영사되는 것만 같을까.

저대로 샛별이 끌어당긴 이른 볕이 스민다면,

영원히 묻힐 것 같던 우리의 서신들이

새벽 포차 위에 한 줄 한 줄 점등되는 것만 같을까.


가을목,

무른 홍시의 억새밭에선 십 년의 파도가 첩첩이 몰려오고

버얼건 강이 보여주는 갖가지의 파동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의 대소곡절을 모두 합친 인류의 역사보다도 기구한 전래놀이.

사람의 일견으로는 알 리 없는 그만의 긴 노고.


너의 코와 볼은 거나하여 구절이주절이.

그러나 난 네가 단 하나를 말하고 있다는 걸 알아.

'너'야말로,

너의 예술에서 나의 예술에서 가장 유의미한 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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