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재즈 뮤지션 (1)

다운비트 독자 투표

by 핫불도그

2023년 12월 18일 아침 6시.

1호선을 타고 시작하는 하루가 날씨만큼이나 매섭습니다. 한파에 선로 차단기 고장으로 타던 열차가 중간에 운행을 중단하고, 다음 차는 더디게 오고, 플랫폼에서 다른 노선 열차를 기다리는 십여분의 시간을 함께 하는 불청객은 영하의 추위만일 뿐 차가운 몸은 어느새 마음까지도 얼어붙게 합니다.

고달픈 일상은 연말을 되돌아보고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가짐을 둔하게 만듭니다. 심신이 어딘가에 내던져지고 시간이 흘러가는대로 나를 방치하다보면 문득 후회막급.

때 나를 잡아주는 무엇인가가 있다면 우리는 균형감을 잃지 않고 하루하루를 의미있게 살 수 있습니다.

책, 음악, 영화, 공연, 여행, 식사, 일 등이 나와 가족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과 조화롭게 관계를 맺고 연속성을 갖는다면 우리의 일상은 좀더 충만할 것입니다.

재즈가 그런 요소 중 하나로 님들의 일상에 자리잡고 있다면 좋은 징조입니다. 다운비트의 독자 투표를 통해 선정된 뮤지션들을 음미하시면서 추운 한 주를 음악과 함께 이겨보시기 바랍니다.


명예의 전당

파로아 샌더스 (사진: R.I. Sutherland-Cohen)

올해의 수상자는 파로아 샌더스입니다. 1940년 10월 13일 아칸소 주 리틀 록에서 태어난 샌더스는 2022년 9월 24일 아침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81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방가르드 재즈의 최전선에 있었던 테너 색소폰 주자 겸 작곡가인 그는 존 콜트레인과 함께 연주하면서 명성을 얻었습니다. 기간은 1965년에서 1967년까지입니다. 패럴 샌더스로 태어나 교회에서 클라리넷을 배웠고 고등학교 때 색소폰으로 전향합니다. 졸업 후 캘리포니아 주 오클랜드로 옮겨 클럽과 동네를 돌며 연주를 하게 되는데 이때 콜트레인을 만나 친구가 됩니다. 이후 뉴욕으로 가게 된 샌더스는 생활이 녹녹하지 않았고 향수에 젖곤 합니다. 이때 그를 북돋아 준 뮤지션이 선 라였고 그의 이름을 패럴(Farrell)에서 파로아(Pharoah, 파라오)로 바꾸도록 독려합니다. 1965년 존 콜트레인 밴드에 조인한 샌더스는 <Ascension> <Meditations> <Live at the Village Vanguard Again!> <Kulu Sé Mama> <Expression> <Om> 등에서 선 라의 음악적 스타일을 기반으로 강력한 블로잉과 다음주법(Multiphonic Technique)을 보여줍니다. 콜트레인 사후 샌더스는 여러 뮤지션들과 넓은 범위에서 교류하며 아방가르드 재즈 나아가 재즈의 다양성을 확대하는 데 기여하게 됩니다. 샌더스의 음악적 파트너들로는 존 콜트레인, 엘리스 콜트레인, 맥코이 타이너, 마이클 맨틀러, 칼라 블레이, 돈 체리, 케니 가렛, 랜디 웨스톤, 조이 드프랑코 등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명예의 전당 2위는 살아있는 재즈 드럼의 전설 잭 디조넷이며 3위는 재즈 퓨전과 인도 명상 음악을 추구하고 있는 존 맥글러플린입니다.


올해의 아티스트

재즈를 연주하는 이들을 재즈맨 혹은 재즈 뮤지션이라고 합니다. 나아가 그만의 스타일을 정립하고 더 예술적인 접근을 한 이들에게 일반적으로 아티스트라는 명칭을 부여합니다. 이들의 작품 세계가 더욱 깊어지고 시대를 이끄는 작품을 제시하면 선구자, 레전드, 전설, 거장, 거인, 마에스트로 등으로 격상됩니다. 올해의 아티스트는 2위와 큰 차이로 선정된 웨인 쇼터입니다. 앞의 샌더스도 2022년 타계하면서 많은 재즈팬들의 추모가 있었습니다만 쇼터의 영원한 퇴장은 재즈계의 큰 사건이자 손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1933년 뉴저지 주 뉴악에서 태어난 그는 마일즈 데이비스 밴드에서 활동한 색소폰 연주자이자 뛰어난 작곡가였습니다. 이후 자신의 솔로 작품에서 족적을 남겼고 1970년대 초반 조 자비눌과 함께 재즈 퓨전 밴드인 웨더 레포트를 만들어 재즈 퓨전의 르네상스를 만든 전설입니다. 또한 밀레니엄 이후에는 새로운 작법과 연주를 통하여 생애 직전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며 21세기 재즈의 방향을 제시한 인물입니다. 쇼터의 작품은 웨더 레포트, 마일즈 데이비스 등과 연관이 있으니 제 브런치 글들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올해의 아티스트 2위는 사마라 조이, 3위는 허비 행콕입니다. 사마라 조이는 2023년 그래미에서 재즈 부분을 석권한 신인 보컬리스트입니다. 그의 2집이자 버브 데뷔작인 <Linger Awhile(잠시 머무르며)>이 최우수 재즈 보컬 앨범에 선정되었고 그는 여러 장르의 수많은 후보자들을 제치고 23세에 올해의 신인이 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3위인 행콕은 현존하는 몇 안 되는 재즈 거장으로 쇼터와는 절친이자 음악적 파트너이기도 합니다. 이 둘의 인연은 마일즈 데이비스 밴드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후 행콕은 1970년대 므완디시 밴드와 헤드헌터스를 통해 재즈 퓨전의 선봉에서 동료와 후배 뮤지션들에게 영감을 제시하였습니다.


그룹

아르테미스 (사진: Ebru Yildiz)

재즈의 편성을 연주자의 수에 따라 스몰 재즈와 라지 재즈로 구분합니다. 전자를 콤보라고도 하며 여기에는 솔로(1), 듀오(2), 트리오(3), 쿼텟(4), 퀸텟(5), 섹스텟(6), 셉텟(7), 옥텍(8), 노넷(9), 텐텟(10) 등이 있습니다. 후자는 빅밴드 또는 오케스트라 등과 혼용하기도 합니다. 스몰 재즈와 라지 재즈를 재즈 앙상블이라고도 부릅니다. 그룹을 스몰 재즈 혹은 콤보에 한정한다면 라지 재즈는 라지 앙상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의 그룹에는 아르테미스가 선정되었습니다. 2017년 결성된 밴드의 이름은 그리스 신화에서 따온 사냥의 여신을 의미하며 영어 이름은 다이아나(디아나)입니다. 멤버는 르네 로스네스(피아노), 잉그리드 젠센(트럼펫), 니콜 글로버(테너 색소폰), 알렉사 타란티노(알토 색소폰, 플루트), 노리코 우에다(베이스), 앨리슨 밀러(드럼) 등의 여성 섹스텟 편성입니다. 이들은 2020년 재즈타임즈에서 올해의 신인 아티스트에 지명되었고 카네기 홀, 케네디 센터, 시카고 오케스트라 홀, 샌프란시스코 재즈 페스티벌, 디트로이트 재즈 페스티벌, 사라토가 재즈 페스티벌, 몬터레이 재즈 페스티벌 등을 통하여 이름을 알리고 있습니다. 그룹 부문은 경합이 심하였는데 2위는 레드맨/멜다우/맥브라이드/블레이드가 만든 무드스윙 리유니온 쿼텟입니다. 조슈아 레드맨(색소폰), 브래드 멜다우(피아노), 크리스천 맥브라이드(베이스), 브라이언 블레이드(드럼)로 구성되었고 레드맨이 리더입니다. 이들의 작품은 총 세 장으로 모두 추천합니다.

1994년 <MoodSwing>

2020년 <RoundAgin>

2022년 <LongGone>

3위는 팻 메스니의 사이드 아이입니다.


라지 앙상블

마일즈 데이비스의 콜롬비아 레코드 시절, 작곡/편곡/지휘의 길 에반스가 뛰어난 오케스트랄 재즈를 보여줬습니다. 슈나이더(1960년 생)는 길 에반스의 보조로 재즈계에 입문하여 자신의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습니다. 그의 21세기 오케스트라 작품은 주목할 만합니다. 뛰어난 작곡과 편곡 그리고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발표하는 작품이 항상 센세이셔널 하였습니다. 장르 측면에서 슈나이더의 작품은 빅 밴드에 클래식 음악 작곡 기법을 적용한 프로그레시브 빅 밴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래의 대표 앨범들을 감상에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2004년 Concert in the Garden
프로그레시브 빅 밴드, 서드 스트림
재즈의 다양성 그리고 클래식 형식과의 만남

2007년 Sky Blue
프로그레시브 빅 밴드, 작곡가 겸 지휘자인 슈나이더의 실험

2013년 Winter Morning Walks
오스트레일리아 챔버 오케스트라 & 세인트 폴 챔버 오케스트라 협연으로 기획력이 뛰어난 작품

2017년 The Thompson Fields
슈나이더가 자란 미네소타주 농장 이름을 앨범명으로 56쪽의 해설이 포함
2017년 그래미 최우수 재즈 앙상블 수상

2위는 크리스천 맥브라이드 빅 밴드, 3위에 재즈 엣 링컨 재즈 오케스트라(JLCO)입니다. 어릴 때부터 뛰어난 기량을 선보인 베이시스트 맥브라이드는 빅밴드에서도 훌륭한 작품을 만들고 있고, 윈튼 마살리스가 지휘하는 JLCO는 1988년 결성되어 마살리스가 1991년 아트 디렉터가 된 이후 전세계 투어 공연 및 뉴욕에서의 정기 공연 및 기획 공연 등으로 명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트럼펫

터랜스 블랜차드(1962년 생)가 1위에 올랐습니다. 2위는 윈튼 마살리스(1961년 생) 3위에 앰브로스 애킨무지리(1982년 생)입니다. 세 명 모두 재즈 트럼펫 계보를 잇는 뮤지션입니다. 블랜차드는 스파이크 리 감독의 주요작에 음악을 담당하였고, 레이디 가가의 공연에 손님으로 연주하였으며, 두 편의 오페라 작품을 발표한 작곡가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상연한 최초의 흑인 작곡가입니다. 그의 다양한 음악 스펙트럼의 근간은 트럼펫 연주이며 약 20여 편에 달하는 리더작을 통하여 다채로운 작품 세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부분 수준 높은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밀레니엄 이후 앨범들을 눈여겨 보시면 좋겠습니다.


트롬본

1위의 주인공은 1986년 1월 2일 생으로 루이지애나 주 뉴 올리언즈 생인 트로이 앤드류스입니다. 무대명이 트롬본 쇼티이며 재즈는 물론 록, 팝, 펑크, 힙합 등을 대표하는 뮤지션들과의 콜라보로 유명합니다. 2022년 그래미 올해의 앨범에 빛나는 존 바티스티의 <WE ARE>는 재즈, R&B, 소울, 힙합, 팝 등의 다양한 스타일을 선뵈었는데 앤드류스가 트롬본을 연주하였습니다. 2위는 스티브 투레(1948년 생)로 현존 최고의 트롬본 연주자 중 한 명이자 조개껍데기를 악기로 사용한 선구자입니다. 3위는 파인콘(솔방울)이라는 닉네임의 위클리프 고든(1967년 생)입니다. 사진은 쇼티의 2022년 최신작 <Lifted>입니다. 2017년 블루노트 데뷔작 <Parking Lot Symphony> 이후 5년 만의 앨범으로 추천합니다.

불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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