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브뢰츠만(1941~2023)
브뢰츠만@뫼르스 페스티벌, 2010년 (사진: Michael Hoefner)백년이 넘은 재즈가 미국에서 전세계로 퍼져나가면서 현지의 토속 음악(folk, 포크)과 결합하여 스타일이 변하게 됩니다. 재즈라는 장르는 결국 다양한 형태의 하위 장르를 양산하는데 21세기 오분지일이 지나는 현재 우리는 재즈의 무한 확장성을 목격하게 됩니다. 유럽의 재즈는 포크와 클래식을 결합하여 미국 중심의 그것과 선명한 차이를 보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독일의 ECM 레코드가 들려주는 "ECM 스타일 재즈" 혹은 "유러피언 재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럽 각국의 주요 뮤지션과 음반사가 유럽 재즈를 이끌고 있습니다. EU가 경제, 정치적 기반의 공동체라면 우리는 재즈를 통해 유럽 국가들의 문화적 연합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유럽 내 여러 국가 뮤지션들의 협연은 낯선 장면이 아닙니다. 이런 접근이 다른 대륙과의 접촉을 시도하면 재즈는 월드 뮤직으로 확장합니다. 유럽 재즈를 구성하는 국가들 중 독일은 과학과 철학 사조의 발전을 통하여 다른 국가들과 구분이 되었는데 이는 음악에 똬리를 틀어 독일만의 아이덴티티 형성에 기여합니다. 독일 오페라가 그렇고 일렉트로닉 음악이 그러합니다. 또한 재즈에 있어 프리, 아방가르드 스타일이 발전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독일 프리 재즈는 1960년대 미국의 프리 재즈 형성기와 궤를 같이 합니다. 이 시기에 독일 나아가 유럽의 프리 재즈를 이끈 선구자가 있습니다.
★브뢰츠만 바이오(1941~2023)★
악기: 색소폰, 클라리넷, 타로가토
장르: 유럽 프리 재즈, 아방가르드 재즈, 프리 임프로비제이션
1941년 3월 6일 독일 렘샤이트 출생
보우페탈에서 회화 전공
시드니 베세의 재즈 공연 경험, 마일즈 데이비스와 존 콜트레인에 영향
색소폰과 클라리넷을 독학
돈 체리가 '머신 건'이라는 별명을 지어줌
1967년 첫 앨범 발표
이후 총 50여장의 작품 발표
2023년 6월 22일 보우페탈 자택에서 영면(82세)
색소포니스트 피터 브뢰츠만.
그의 작품은 유럽 프리 재즈의 핵에 해당합니다. 특히 초기작들은 그 핵의 내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중 한 작품을 골라봅니다.
1968: 피터 브뢰츠만 옥텟, 머신 건(기관총)
1968년 피터 브뢰츠만 옥텟으로 발표한 브뢰츠만의 2집입니다.
피터 브뢰츠만(독일): 테너 색소폰, 바리톤 색소폰
에반 파커(영국): 테너 색소폰
빌렘 브뢰커르(네덜란드): 테너 색소폰
프레드 반호버(벨기에): 피아노
페터 코발트(독일): 베이스
부시 니버갈(독일): 베이스
한 베닝크(네덜란드): 드럼
즈벤오케 요하손(스웨덴): 드럼
브뢰츠만이 이끈 옥텟은 리듬 섹션 트리오 5인, 혼 섹션 3인의 구성입니다. 유럽 5개국 출신으로 구성된 다국적 콤보입니다.
수록곡은 총 세 곡입니다.
1. Machine Gun(기관총): 브뢰츠만 작곡
2. Responsible for Jan van de Ven(얀 반 드 벤의 책임): 반호버 작곡
3. Music for Han Bennink(한 베닝크를 위한 음악): 브뢰커르 작곡
연주는 오넷 콜맨, 에릭 돌피, 챨스 밍거스, 앤소니 브렉스톤, 아트 앙상블 오브 시카고 등 1960년대 프리 재즈의 중심에 있었던 미국 아티스트(밴드)와 유사하지만 다릅니다.
대표곡 "머신 건"은 브뢰츠만의 바리톤과 파커, 브뢰커르의 테너가 합세하여 무차별한 음의 난사를 보여줍니다. 사수인 색소포니스트들이 기관총을 발사하는 동안 조수인 리듬 섹션 트리오는 탄약를 끊임업이 공급합니다. 17분 넘게 보여주는 이들의 강력한 화력은 후반부 마지막에 이르러 어딘가에 수렴합니다. 나머지 두 곡은 대표곡에 비하면 오히려 정적입니다. 첫 곡 "머신 건"을 듣다보면 1969년 킹 크림슨의 역사적인 데뷔 앨범 <In the Court of the Crimson King(크림스 왕의 궁전에서)>의 첫 곡 "21st Century Schizoid Man(21세기 정신분열증 환자)"을 떠올리게 됩니다. 로버트 프립이 지향하고 강화시킨 즉흥 연주 기반의 프로그레시브 록은 이 밴드를 명밴드의 반열에 오르게 하였습니다. 1969년 킹 크림슨의 "21세기 정신분열증 환자"가 1968년 브뢰츠만 옥텟의 "머신 건"에 영향을 받았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새로운 음악은 서로 영향을 주면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전혀 교류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다가 어느 순간 우연히 만나기도 합니다. 무엇이 됐든 다양한 장르에서 보여주는 즉흥 연주는 재즈를 근간으로 하고 있으며 유럽 재즈에 관한 한 브뢰츠먼의 연주는 놀라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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